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엄마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뭘까?

의사 입장에서 보면 ‘독감’이 아닐까 싶다. 말도 못하는 아이가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는 것을 보는 것만큼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도 없다. 게다가 올해도 신종플루가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고 하니 아이의 ‘콜록’ 한 번도 가벼이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히 폐렴은 초기증상이 고열, 오한, 기침 등 독감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폐렴은 바이러스성 폐렴과 세균성 폐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세균성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세균성 폐렴, 급성 중이염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패혈증, 균혈증 등 심각한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주로 코와 목에서 발견되며 기침이나 재채기 등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폐렴구균성 폐렴의 경우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기침, 흉통,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뇌수막염은 고열, 구토, 두통을 동반한다.

폐렴구균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5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16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폐렴구균성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이중 70∼100만 정도가 5세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뇌수막염과 같은 침습성 질환의 경우 치료가 되더라도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폐렴구균성 질환은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WHO는 폐렴구균성 질환을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세계 100여 개국에서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하고 있을 만큼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 기존의 폐렴구균 백신에 혈청형이 추가된 폐렴구균 백신 두 가지가 출시되면서 백신 접종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필수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큰 만큼, 효과적인 폐렴구균 백신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예방범위, 균의 종류, 안전성 3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 백신 선택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혈청형(균)의 개수와 예방범위이다. 혈청형이 많을수록 더욱 많은 침습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범위가 넓으면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질환의 90%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혈청형(균)의 종류이다. 최근 발병률이 높아진 균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청형은 지역, 시대에 따라 분포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A 혈청형이 0%에서 26%로 크게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성. 아이가 맞는 백신이기 때문에 여러 임상 결과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실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인지 확인한다. FDA 와 같은 기관에서 승인받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총 4회를 접종한다. 예방접종을 모두 마친 경우, 5세 이전에 1회 보강 접종을 하면 새로 추가된 혈청형에 대한 면역반응이 생겨 보다 폭넓은 예방이 가능하다.

/김공식 우리아동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