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최근 평균수명이 급격히 증가해 남자는 78세, 여자는 81세를 기록하면서 OECD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여기에는 식생활 및 위생상태의 개선, 의학의 발달로 인한 당뇨·혈압·심혈관 질환의 관리·치료와 각종 암의 치료 발달과 사전 검진의 증가가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20∼30년 전 만해도 암이 발생하면 대부분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으며, 치료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수반했다. 전 국민의 의료보험화 되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의 부담도 큰 문제였다. 급격한 의료의 발달로 치료 성적이 증가되고, 예방적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1987년 전 국민의 의료보험화 및 의료보호 정책으로 많은 저소득층 국민이 큰 부담 없이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보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최고 의료수준을 만들어 낸 의료인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90년대 들어 국가의 모든 정책은 복지 우선의 정책으로 전환되고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해 우리가 예측 못하는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또한, 급격한 핵가족화로 인한 독거노인들의 증가 등과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증대되고 자연스럽게 책임도 커지게 되었다. 더욱이 민선 지방자치 실현으로 인해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끝없이 치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입안을 하는 당국자들은 가능한 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부담능력을 고려치 않는 선심성 공약이 양산되었다.

최근에 국가예산의 약 30% 정도가 복지 예산으로 채워져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상태도 급격한 복지예산의 증가로 예산이 바닥나는 등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이러한 주민들의 욕구와 유권자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들이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데 있다.

모든 복지행정의 기본은 정말 어려운 소외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삶의 질과 의료를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능력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먼 장래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난번 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선거공약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 여야정치권이 대결한 사태가 있었다. 결국,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정책을 들고 나오는 측이 승리해 이 정책을 실현시키는데 있어 막대한 재정적인 부담에 봉착, 큰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료계의 현상을 볼 때 너무나 아쉬움과 걱정이 앞선다. 최근 수년 동안 급격한 의료보장을 확대시키면서 의료보험재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층의 입원환자에 대해 본인부담이 면제되는 정책 하나만 가지고도 엄청난 보험재정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중증환자의 입원치료의 부담에 있어서도 300만원 이상은 본인부담 면책사항으로 됨으로써, 최근 발표된 예를 보면 희귀환자의 치료비가 20억원을 넘는 등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또한, 의료급여 환자에 있어서 본인부담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일부 환자들이 의료쇼핑에 가까운 진료를 받아 많은 약품의 낭비 및 폐기가 보험재정의 고갈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의료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최소한 낭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시행 집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상적인 의료계 발전은 물론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를 제공해 주고 안정적인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의료보험정책을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허정 에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