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이 오색단풍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가을에 산행은커녕 걷기조차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다. 흔히 진료를 하다 보면 허리는 별로 안 아픈데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는 환자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 허리가 안 아프기 때문에 허리에는 문제가 없고 다리에만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다리만 치료하러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병력을 자세히 들어보면 예전부터 허리가 아파서 물리치료 정도 받고 생활했었는데 몇 달 전부터 허리보다는 다리가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앉아있을 때나 누워있을 때는 그런대로 견딜만한데, 걸으면 마치 다리가 저리고 터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이상한 일은 그렇게 아프다가도 앉아서 조금만 쉬면 통증이 싹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20분 정도 걸으면 다리가 아파서 쉬어야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걷기가 힘들어서 지금은 5분도 못 걷고 다리가 아파 쉬어야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앉아 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괜찮은데 서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아프다면 먼저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이란 파이프와 같은 구조물로 척추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다발이 지나간다. 어떤 원인으로 이 관이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는데 이것을 척추관 협착증이라 부른다.

척추관이 좁아져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척추관 협착증은 단순 방사선 사진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고 고화질 MRI 검사를 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렇게 50∼60대 이상의 환자에서 오래 서 있거나 한참 걸어가면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터질 듯이 아파서 가다 쉬고, 가다 쉬어야 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전체 척추관 협착증 환자의 7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디스크의 수핵이 노화되어 딱딱해지면 수핵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이 척추뼈 바깥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부푼다. 또한, 척추를 감싸고 있는 관절이나 인대도 나이가 들면 점점 두꺼워진다.

앞쪽에서는 디스크가 밀고 들어오고, 뒤쪽에서는 노화되어 비대해진 관절과 인대가 척추관을 누른다. 또한, 척추 자체도 나이가 들면 뼈끝이 가시처럼 자꾸 자라 신경을 누른다.

디스크, 관절, 인대, 척추뼈 등이 척추관을 빙 둘러싸고 있으니 척추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단되면 먼저 비수술적인 치료를 하게 되는데, 비수술적 치료로는 소염진통제나 근이완제 등을 복용하는 약물 치료 요법, 온열 찜질이나 초음파 및 견인치료 등의 물리치료 요법과 그 외에 신경차단 요법 등이 있다.

그러나 비수술적 치료를 충분히 하였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 방법은 미세현미경하 척추신경관 감압술인데 전신마취가 아닌 척추마취만으로 가능하며 수술 현미경을 보고 약 2∼3cm 정도 절개하여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고,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보통 허리 디스크 수술보다 간단하며 시간도 더 적게 들며 합병증도 더 적다.

/전효철 광주우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