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사들이 법정에서 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기사는 판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부적절한 언행의 대부분은 나이가 더 적은 판사가 연장자인 당사자에게 반말이나 막말을 했다는 것이거나, 당사자의 말을 집중해서 듣지 않고 심지어 졸기도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법원의 법정언행 개선노력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 판사들은 일반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법정 모니터링제도를 통하여 자신이 하는 재판을 녹화하여 평가하거나 재판을 방청한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법정언행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지방법원 역시 매년 2회 정기적으로 법정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 법정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받은 심리학 교수님의 강의 중 ‘소통의 메라비안(Mehrabian) 공식’에 관한 내용은 필자에게 법정언행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법관이 재판 중 말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와 소통하는 것은 7%에 불과하고, 38%의 소통은 법관이 사용하는 목소리, 어투나 어휘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55%의 소통은 복장이나 시선, 몸짓, 표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판사가 하는 말의 내용 보다는 판사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인상, 인격적으로 당사자를 대하고 있다는 신체적 표현이 당사자와 판사의 소통을 좌우한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판사가 되기 전 검사직을 수행하면서 공판검사로서 판사들의 재판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고, 롤 모델로 삼을만한 재판장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모범이 될 만한 재판을 하던 그 재판장은 법이론에 있어서도 철저히 준비되었고, 뛰어난 기억력으로 사실관계를 잘 파악하기도 하였지만,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늘 인자한 표정으로 단정하게 법대에 앉아 있으면서 서두르거나 경박하지 않고 침작하게 당사자와 소통을 하던 모습이다.

재판장이 된 후 필자는 가능하면 미소를 잃지 않고 재판하려고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장의 지나친 미소는 절실한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는 당사자들에게 자칫 비웃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가능하면 무표정하면서도 경직되지 않게 재판에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은 너무나 다양하여 범부(凡夫)로 태어난 필자에게 많은 시련을 주고, 깨달음과 반성의 시간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는 재판정에 입장하기 전 어떠한 경우에도 침착하고 목소리를 높이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금요일 재판에서 답답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큰소리라도 내고 나면 주말 동안 때때로 그 장면이 머리에 스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보통 재판장들은 재판전날 판결문을 마무리하고 신건과 속행사건의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분주한 날을 보내야 하고, 시간이 모자라 야근까지 하게 되면 좋은 컨디션으로 재판에 임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특히 야근을 심하게 한 다음날의 재판에서 더욱 감정조절에 조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아직도 필자는 재판정에 입장하기 전 고민한다. 재판정에서 항상 무표정하게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가볍게 미소를 짓기도 하는 것이 좋을까?

/정회일 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