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주 사이에 짧은 가을이 지나고 싸늘한 초겨울 한파가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추위지만 또 한 해가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 때문인지 중년 남성들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요즘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젊게 사는 삶, 즉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젊게 살고자 노력하는 중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 인간은 노화라는 야속한 신체적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이런 노화 때문에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남성호르몬의 감소이다. 그리고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갑작스런 변화와 징후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증상이나 시기를 ‘갱년기’라 부른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라는 신체적 징후로 갱년기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지만, 남성의 경우 뚜렷한 징후가 없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남성호르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테스토스테론’인데, 이는 30세 전후로 해마다 아주 조금씩 감소해 50세쯤에는 30% 이상 감소하기도 한다.

남성갱년기란 바로 이 남성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남성에게 있어 남성호르몬이 결핍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성욕감퇴, 신경과민,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남성호르몬의 결핍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성적 욕구가 감소함은 물론, 발기력처럼 성적 능력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능의 저하도 나타날 수 있다.

남성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중년남성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 성기능의 저하이다. 성기능의 저하는 남성으로서의 자신감을 잃게 하며 이로부터 오는 불안과 우울은 성생활에 임하는 것을 더욱 방해해 발기부전으로 접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남성에게 발기부전이란 커다란 벽과도 같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한번쯤 마주치게 되지만, 결코 반가울 수 없다. 또한 중년 남성들의 경우 본인이 발기부전임을 인정하기 쉽지 않고, 이를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을 꺼려해 더욱이 병원을 찾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하며 발기부전은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주사 및 수술요법 등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했지만, 2000년 들어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의 등장 이후 보다 쉽게 발기부전의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편리한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만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 및 개인에 맞는 적당한 치료는 필수적이다.

또한 주기적인 부부관계와 대화를 통해 성호르몬의 대사가 감소하지 않도록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전반적인 건강을 고려해서 줄이거나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가는 세월과 함께 찾아오는 노화와 갱년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대처와 관심을 통해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맞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박광성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