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공무원 등이 언론보도로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언론인을 형사고소 하거나 언론기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과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언론보도가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 대법원은 언론매체가 보도를 통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보도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진실성이 증명될 경우 위법성이 없고,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기사의 성격, 정보원의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한다.

1990년대 들어 언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론기관들이 신속성을 중시하면서 사실 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보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표현의 자유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면서도 언론기관이 보도의 신속성뿐만 아니라 언론의 또 다른 가치인 진실성, 공공성을 함께 추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피해자가 공인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이 되는 기준이 동일한가? 공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나 기관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언론이 충분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거 없는 보도를 일삼는다는 의견부터, 비판이 중심기능인 언론에 대해 권력기관이 소송으로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비판까지 여러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한다.

대법원은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각 영역별로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공인에 대한 의혹제기와 비판은 언론의 핵심기능이므로 공적인 논쟁과 공인에 대한 보도에 관해서는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올바른 정책결정과 감시를 위해 개인의 인격권 보호보다는 언론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대한 의혹의 제기는 그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 객관적인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의 표현 그대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양영희 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