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40대 중반의 자매로부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건강해서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고, 병원에 가 본 일도 없는 남편이 저녁밥 잘 먹고 간식까지 하고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양치질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입니다. 지금에야 그때의 일을 덤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 당했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10대에 갑자기 멈춘 아들의 발걸음에 넋을 잃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았고,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50대의 아까운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도 각기 달랐습니다. 어떤 이는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세상을 떠날 때 ‘주님, 한 번 부르지 않고, 떠나는 아쉬움만 남기고 숨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교회에 오래 다니지도 아니했고, 직분도 없이 신앙생활을 했지만, 죽음을 내다보고는 주님을 간절히 부르며 찬송을 부르며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것을 볼 때는 손이 절로 모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소망은 이 세상의 삶에도 필요한 것이지만 죽음에 직면한 이들에게는 더욱 요구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은상의 “차창을 내다보니 산도 나도 다 가더니 내려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있네. 다 두고 저 홀로 가는 게 인생인가 하노라”는 시 한편이 있습니다.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인 성삼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남긴 한 수의 시는 더욱 그의 최후를 슬프게 합니다. “북소리 울려 내 목숨 재촉인데 해는 서산에 걸쳤구나, 황천길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밤엔 누구 집에서 자고 갈꺼나”

유명 인사들의 시 이기는 하나 한결같이 인생의 석양에 절망감을 짙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데반은 최후 순교의 형장에서 홀로 떠난 것이 아니라 주님이 보좌 우편에 서서 영접하시는 모습을 영안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캠브리지 대학 총장을 지낸 피셔박사는 헨리 8세의 이혼을 반대하다가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두나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고 외치며 소망으로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 홀로 떠나는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박학이요 충신이라 할지라도 떠나는 길이 슬펐던 성삼문의 시에 비하여 밝고 환한 전 한국신학대학장이던 김정준 박사의 시를 소개합니다.

“내가 죽는 날, 그대들은 저 좋은 낙원 이르니 찬송을 불러주오, 내가 죽는 날은 비가와도 좋다. 그것은 내 죽음을 상징하는 슬픈 눈물이 아니라 예수의 보혈로 내 죄 씻음을 받은 감격의 눈물! 내가 죽는 날은 바람이 불어도 좋다. 그것은 내 모든 이 세상 시름을 없이하고, 하늘나라 올라가는 내 길을 준비함이라. (중략) 오! 내가 죽는 날 나를 완전히 주님의 것으로 부르시는 날, 나는 이 날이 오기를 기다리노라. 다만 주님 뜻이면 이 순간에라도 닥쳐오기를 번개와 같이 닥쳐와 함께 사라지기를”

주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죽는 날에도 행복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큰 보화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송정용 광주 산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