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검사 생활이지만 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돌아가시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돌아가시는 것이 아닌, 비정상적인 죽음일 경우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검사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 죽음이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로부터 세심한 관찰을 받도록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와 관련되어 있는 죽음인지를 구별하는 데 사용되는 신뢰도가 높은 방법은 자필로 작성한 유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자필로 유서를 작성하고 맞은 죽음은 대체로 범죄와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간 수백 통의 유서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유서를 볼 때마다 숙연한 마음이 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작성한 유서에는 삶에 대한 많은 진실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연령과 직업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작성하였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입니다.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함의 대상 또한 비슷합니다. 엄마, 아빠, 아들, 딸, 부인, 형제자매들입니다. 가족들과의 인연에 감사하고 먼저 가는 것을 미안해 하면서 사랑을 전하는 내용입니다.

고마운 사람이 가족을 넘어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서 근무할 때 만났던 유서에서 처음으로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읽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가족들도 버린 중환자였던 사람을 친구가 병원비를 납부하면서 끝까지 보살펴 주었다고 합니다. 그 중환자는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원망은 없었습니다. 그 이외에는 친구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내용,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이라는 사실 앞에서 저는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때 제가 작성하게 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입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좀 더 자주 표현할 수 있는 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김준섭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