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결성된 ‘서울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협의하는 핵심 논의기구로써 ‘경제위기의 탈출’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 행사가 진행되기 이틀 전부터 5일간 ‘G20 도덕정치 리더십 국제회의’가 UN의 NGO단체장 63명을 초청한 가운데 우리 고장에서도 치러진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맨하탄에 주재한 원불교 유엔 사무소와 종교연합 운동 사무소가 주최하여 인종과 종교, 문화와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 도덕정치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묻고, 25개국 대통령들에게 도덕정치 리더십의 성명서를 제출한 국제회의가 원불교 익산과 영산 성적지 등에서 열렸다.

사실, 이번에 치러진 G20 정상회의는 기존 G8보다는 범위가 넓어진 회의라고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비 G20 국가의 이해를 반영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데 큰 책임이 있으면서도 이를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한계가 드러났다고 본다. G20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G20이 아니라 UN을 통해 세계적 위기와 문제가 관리돼야 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관점의 반영이라고 본다.

향후 G20으로 한정되지 않으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위기를 초래한 근원적인 원인인 금융 이기심과 물질적인 탐심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개혁 정책에 도덕적 책임감을 묻고, 그에 상응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수합하는 일은 아마도 잘못 뀐 첫 단추를 다시 고쳐 잡는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G20 도덕정치 리더십 국제회의”가 반가웠다. 그리고 이들의 요청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도한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로써 제시하셨다. 그는 20여 년의 구도 끝에, 앞으로 인류는 과학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신문명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룩해야만 병든 세상을 치유할 수 있음을 처방해주신 것이다.

우리 시대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해 불평등과 불신감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각국의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개발도상국 등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호혜적 논의를 어떻게 진행하여야 하겠는가. 결국, 강국과 약소국이 서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지 않고, 서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상극 없는 세상을 이룩하기 위한 확실한 대안은 무엇이겠는가.

G20 정상회의 개최국의 종교인으로서 확신한다. 원불교의 경산 종법사는 법문에서 “아직도 세상은 물질의 속박과 정신문명의 쇠퇴로 인류의 도덕성은 점점 무너져가고 있으며 도처에서는 각종 위기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도덕성 회복과 실천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으며 바로 이 도덕성 회복이 대종사께서 주창하신 정신개벽의 목표요, 보은상생의 초석이며 낙원세계의 바탕이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의 논의가 이 지구상에서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도덕적 리더십을 정책의 중심과제로 전환해야 함을 절실히 바라는 바이다.

/이덕윤 원불교 광주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