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및 피고인 등 가해자들의 인권이 강조되어 온 사회적 분위기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범죄로 인하여 직접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지원이 매우 소홀하였다는 반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피의자의 신상공개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상의 기본권보호원칙들에 입각한 보호논리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흉악하고 중대한 범죄인에 대해서는 그 신상을 미리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피해자의 인권 및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정부는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는 등의 이유로 얼굴촬영 등을 금지하였고 수사기관은 이러한 입장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강력범죄에 따라 사회여론이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게 되면서 범죄예방차원에서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게 되었으며,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효과라는 필요성에 따라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법률안을 추진하였고, 결국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피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하여 최종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행범 등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타인의 행복추구권 등 인권을 유린한 반 인륜범죄나 흉악범죄자의 경우에 한하여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 소위 ‘인민재판’의 가능성,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위 특례법의 신상공개규정은 아직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흉악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위헌적인 소지가 있습니다.

유죄판결의 확정 전에 수사기관이 임의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수사기관의 처분에 따라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이익한 처우라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으며, 수사 기관에 신상공개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며, 피의자에게 위 결정에 대한 불복의 기회 등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있습니다.

또한 범죄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범죄인 가족의 신상이 공개될 개연성도 큽니다. 이렇게 되면 피의자의 가족들은 법적으로는 아니라도 사실상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사 언론기관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극히 예외적인 범위 내에서 사건의 전말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의 가족들을 알 수 있는 내용에 대한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강성두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