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여부가 문제될 때 많은 고민들이 발생한다.

판사는 더더욱 고민한다. 친권 및 양육권에 관한 다툼이 치열하고, 그것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 만은 아닌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말이다.

한 사건을 소개한다. 아빠는 부정행위로 엄마와 크게 다툰 후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고, 엄마는 자녀 둘을 양육하면서 1년 정도 생활하였다.

하지만 엄마는 가지고 있던 돈이 소진되자 자녀들을 아빠에게로 보냈으며, 자녀들은 아빠가 사는 쪽으로 전학하여 아빠, 새엄마와 함께 1년 반 정도를 살았다.

엄마는 말한다. 그때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노라고. 그래서 아빠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노라고. 하지만 이제는 직장도 구했고 자녀와 살 집도 구했으니 제발 자신이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빠는 말한다. 애들을 아빠에게 보낼 때는 언제고 이제 다시 데려가겠다고 하느냐. 애들은 현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들 엄마는 경제적 능력이 없고, 애들 뜻을 너무 많이 받아주어서 애들이 버릇없이 자랄 것이므로 엄마에게 보낼 수 없다고.

고심 끝에 법원 조사관에게 조사를 의뢰하였으나 부모들에 대해 비슷한 정도의 애착과 적응을 보여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 누나와 초등학교 2학년인 남동생을 직접 만났다. 우리 애들보다 서너 살씩 많은 아이들이다.

엄마와 아빠의 사정에 의해서 둘 중 한 사람과는 떨어져 살아야만 하고, 부모 중 누가 자신들을 양육할 것인지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법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너희들 누구랑 살고 싶니?

누가 양육자가 되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부부 일방이 주된 양육자가 되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도 별 탈 없이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부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 중 일방과 자녀와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양육비, 면접·교섭 등 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하면서도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엄마·아빠는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에 관한 약속을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자녀들이 겪을 고통과 혼란을 최소화하시기 바랍니다. 소년보호재판에서 두 분의 자녀들을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아울러 이혼 결정을 내린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에게 언제·무엇을 말할 것인지 미리 계획할 것 ▲이혼에 관해 간단한 이유를 말해주되, 정직하고 정확하게 말해 줄 것 ▲아이 때문에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줄 것 ▲이혼 후에도 여전히 가족이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볼 것임을 알려 줄 것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것 ▲아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 애쓰지 말 것 ▲아이들을 심부름꾼이나 고자질쟁이로 이용하지 말 것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 줄 것 등이다.

/정영하 광주지방법원 가정지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