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본인의 노력이 더해질 때에야 비로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병이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을 사소한 현상쯤으로 받아들여 질병을 방치하는 안일함에서 비롯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안과 질환은 일반적인 노안과 증상이 유사해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황반변성이라는 안질환이 여기에 해당된다.

황반변성이란 눈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혈관에 의해 황반이 손상돼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병이다. 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고지방, 고열량의 식습관, 흡연, 비만, 자외선 과다 노출 등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으며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더불어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더욱이 황반변성은 진행속도가 매우 빠른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2∼3년 내에도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도 약간의 수고만 더해지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암슬러 격자’가 스스로 황반변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자가진단법이 된다. 이 테스트는 밝은 빛 아래에서 모눈종이나 바둑판 무늬가 새겨진 종이를 눈 앞 30㎝ 정도의 거리에 둔 뒤 한쪽 눈 씩 가리고 가운데 점에 초점을 고정하면서 황반변성을 체크해보는 방법이다. 선이 곧게 보이지 않거나 작은 네모 칸이 일정한 크기로 보이지 않는 경우, 4개의 모서리가 보이지 않는 경우, 비어 있거나 뒤틀려 보이거나 희미한 부분이 있는 경우, 선이 물결 모양으로 휘어져 보이는 경우는 황반변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진단 결과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안과에서는 눈의 CT 라고 불리는 OCT와 형광안저촬영 등으로 황반변성 발생 유무와 진행 정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황반변성 중에서도 눈 안에 약한 혈관들이 새로 자라나 출혈 등을 일으킨 습성황반변성으로 진단될 경우 레이저 치료나 광역학 요법, 루센티스라고 불리는 눈 속 주사 시술 등이 시행된다. 그 중에서도 루센티스는 가는 바늘을 통해 나쁜 혈관들이 자라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을 직접 놓는 방법으로 통상 한 달에 한차례씩 시술한다. 레이저나 광역학 요법과는 다르게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 유지뿐만 아니라 시력 회복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치료 시기를 이미 놓친 상태에서 시행될 경우에는 시력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실명의 공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또 건강한 눈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 눈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문기 푸른안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