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소변을 몇 번이나 보세요? 하고 질문을 했을 때 몇 번 보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은 별다른 불편이 없는 분이다. 소변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 중에는 너무 자주 봐서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지만 소변을 잘못 봐서 문제인 이들도 있다.

경북 영천에서 군사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몇 주의 훈련 중 귀중한 외박이 주어지자 우리들은 광주까지 버스를 대절하기로 하고 그리운 고향으로 갈 날을 기다리며 마냥 꿈에 부풀고 있었다. 마침내 그날은 왔고, 오전에 각개전투 훈련을 마치고 뜨거운 땀방울을 닦으며 올라탄 버스의 뒷좌석에는 총무 후보생의 각별한 배려가 분명한, 시원한 맥주 몇 박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주 만에 처음 본 알코올이기도 하지만 모든 규제와 속박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향하는 들뜬 마음에 순식간에 몇 개의 깡통을 비워버리고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곧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영천을 벗어나 88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급박한 요의를 느끼고 휴게소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고, 기사님에게 부탁해도 보았지만 갓길도 부실한 88 고속도로에서 세워주지 않으시는 것이었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은 그때 실감해 보았다. 마침내 지리산휴게소까지 와서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지만 옷에 실수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막상 소변기 앞에서는 10여 분이 지나도록 소변을 볼 수 없었다. 그 일 때문인지 그 후부터는 지금도 장거리 버스를 탈 때나 극장에 가기 전에는 화장실부터 먼저 가는 습관이 생겼다.

소변이 방광에 가득 차 있으나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를 요폐(尿閉·urinary retention)라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이나 당뇨로 인한 신경손상, 요도손상 후 요도협착, 골반 수술 후의 합병증이 원인이며 기존에 유발 원인이 있는 사람이 감기약 중 특정 성분 또는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맥주, 막걸리와 같은 양이 많은 음료를 급히 많이 섭취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뇨기 질환 중 응급상황이다. 요폐가 급성으로 생긴 경우 환자의 고통은 매우 심하며 혈압이 급속히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요도손상 후 요도협착이 된 젊은 환자가 요폐가 생겨 응급실에 와서 안절부절 못해 응급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고생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특히 척수손상 환자의 경우 생명이 위독하게 될 수도 있다. 만성으로 요폐가 오는 경우 천천히 진행되어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하더라도 소변이 방광에 항상 차 있어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넘쳐흘러 요실금을 보일 수 있고 염증이나 결석의 원인이 되며 심한 경우 신부전으로 진행되어 투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올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배뇨장애 환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인구가 고령화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전립선비대증, 당뇨 등 배뇨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갈수록 비뇨기과 의사의 일이 많아지고 있다. 배뇨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매우 근본적인 생리현상이며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건강과 행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뇨 문제를 예방, 치료하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분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병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늦지 않게 발견하여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서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비뇨기과 의사가 되어 소변 문제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군복을 입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그때 생각이 나고 빨리 해결해드리고자 마음이 급해진다.

/강택원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