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나간 그 일들에 대하여 다 놓아야 하는 12월 끝자락이다.

기억해야 할 수 많은 일들을 빼곡히 적었던 1년의 수첩을 보며 많은 감회가 함께하는 시간이다.

화려하게 시작되었던 1월을 지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그 어느 달인들 소중한지 않은 달이 있으며, 그 안에 존재했던 소중한 일들과 함께했던 인연들을 생각하면 그 어디 소중하지 않은 일과 인연이 아니리요. 그래서 시작의 의미는 늘 기쁨과 희망이지만 마무리는 언제나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참회로 가득하기에 반성은 또 다른 시작의 준비임에 틀림없다.

시간의 연속에서 보면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건만 1월의 화려한 계획과 다짐의 시간에서 12월을 보냄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이때를 지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신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또 다른 설렘으로 새해를 시작할 것이다.

새로운 임지에서 무언가에 쫓겨 이리 저리 실려서 여기까지 온 것만 같은 시린 느낌을 떨칠 수 없으나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뚜벅뚜벅 걸어왔다는 자부심이 엉켜있는 연말이다.

천지는 이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고 있고, 자연도 자신이 가진 것을 말없이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가득 차 있으면서 텅 비어있는 우주의 질서 속에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이월시킬 것인가의 겸허한 물음 앞에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적어도 나와 인연을 함께한 모든 이에게 희망을 전해준 그 한 사람이었는지 뒤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마음에 안정을 준 그 한 사람이었는지, 지혜와 슬기롭게 살도록 용기를 주었는지, 게으름에 익숙해지고 불의가 적당하게 느껴지고 당장의 편안함에 안주해서 헤어나지 못하는 익숙함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종교인으로서 맑음과 밝음과 훈훈함을 전해주었던 한해였는지 뒤돌아보고 싶다.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은 교당에서 혹여 더 무거운 마음을 안겨준 일들과 희망을 주고자 한말에서 도리어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일들은 없었는지, 일일이 손잡아주지 못한 나의 넉넉하지 못한 마음 가난을 참회하며 한 해를 마감하고 싶다.

원불교에서 참회는 “옛 생활을 버리고 새생활을 개척하는 초보이며 악도를 놓고 선도에 들어오는 초문”이라 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새로운 나를 창조해 가는데 그 의미가 있음을 볼 때에 참회의 생활이 없다면 즉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점검하지 않는다면 보다 창조적인 발전이 없을 것이며 결코 죄복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잘못도 있고 실수도 있는 법, 그러나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내일을 활짝 열어가도록 마음에 문을 열고 살아가자.

하늘의 먹구름은 영원하지 않아 다시 걷힐 수 있기에 희망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천상천하의 지혜로운 주인공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이덕윤 원불교 광주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