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니 신입 변호사로서 ‘고군분투’하였던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체득한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리는 의뢰인과의 대화 속에 사건 해결의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변호사가 되어 처음으로 교도소접견을 하게 된 사건은 의뢰인이 보험사기와 관련하여 사기방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것으로, 의뢰인은 정범과 함께 무죄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광주교도소의 접견실을 들어 설 때의 떨림과 낯섦은 의뢰인을 마주하고 대화를 시작하면서 저만치 날아가고, 의뢰인의 말을 경청하면서 수사기록과 의뢰인의 주장과의 모순점 등을 지적하며 완전히 몰입하여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때 마침 손목시계도 차고 가지 아니하였고, 시계가 걸려 있던 벽을 등지고 앉아 있어서 의뢰인과 얼마 동안 대화를 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교도관이 오더니 “5시까지는 끝내 주셔야 한다”고 말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야 시간을 확인하였더니 의뢰인과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나오면서 자신의 요령 없음을 자책하기도 하였으나, 의뢰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거듭하여 감사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변호사의 첫째 역할은 뭐니 뭐니 해도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형사사건을 처리할 때는 될 수 있으면 피고인을 자주 만나기 위해서 노력하고, 접견을 할 때에는 구속되어 있어 사정을 하소연할 곳이 자신의 변호인밖에 없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로 인해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뢰인을 만나러 가기 전에 기록을 매번 한 번씩 훑어보는 과정에서 전에 볼 때는 간과하였던 점들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효과적인 증인신문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의뢰인이 사건과 무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으면 적절히 차단을 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못하게 하였을 때 의뢰인들이 보여 주는 아쉬움과 불만이 뒤섞인 표정을 보는 것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형사소송에서 별다른 증거는 없고 피고인과 적대적인 증인의 증언만이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경우 증인신문은 매우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서 기록을 검토하며 증인신문을 준비하면서 막막한 기분이 들 때, 해결책은 역시 의뢰인을 접견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적대적인 증인의 탄핵에 성공하여 증인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판단을 이끌어 냈을 때의 가슴 뿌듯함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변호사로서의 첫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증인신문입니다. 다음날 증인신문이 있는 재판이 있으면 지금도 긴장하여 기록을 여러 번 검토하면서 의도치 않은 대답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이러한 긴장감이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내내 없어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김지현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