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가 모든 이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 시작 되었습니다.

농부가 봄에 뿌리는 씨앗의 종류에 따라 가을에 거두어 들이는 곡식이 다르듯이, 새해 첫 새벽에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일으키고, 마음의 밭에 심어 가꾸느냐에 따라 올 한해의 거두어 들일 성과도 달라 질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너무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은 해였습니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동근(同根·한뿌리)에 근원을 두고 있는 각각의 생명체 들입니다.

모습과 형상과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우리는 한 근원에서 나온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근 동체(同根 同體)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편을 나누고, 쪼개고, 파당을 지어 자신들 만이 최고이며 올바르다고 아우성을 쳐댑니다. 사회는 늘 싸움과 반목, 갈등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웃지 못할 요지경의 모습들을 보면서 하나님. 부처님. 천주님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한국인의 신. 미국인의 신. 인도인의 신. 유대인의 신. 기독교인의 신. 불교인의 신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오직 하나.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원리. 즉 무한한 신성만이 존재 할 뿐입니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를 우리는 각자의 종교용어로 하느님이라 부르기도 하고, 부처님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천주님이라 부르기도 할 뿐입니다.

부처님. 천주님.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정각을 이루시고 “두두 물물이 모두 부처 아닌 것이 없다”하셨고. “중생모두에게, 파리 한 마리, 개미 한 마리에게도 불성이 구족하다”고 표현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에 대해 말씀하실 때 우리는 만물 안에 존재하며, 만물을 통해 역사하는, 만물을 위한, 만물의 하느님을 말씀 하시는 것입니다. 만약 불교인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 외에는 다른 신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면 그의 사고는 분리되어 있으며 이미 진리의 가르침에서 십만 팔 천 리는 떨어진 외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이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새해를 맞아 새희망의 출발은 동근동체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는 하나의 근원에서 나온 한 운명체임을 깊이 자각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 때 희망의 새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태양에서 빛을 받으며, 한 하늘아래 같은 공기를 숨쉬며, 땅에 근원을 두고 함께 서 있다는 사실만을 보아도, 우리는 서로를인정하고, 받아 들이며, 존중하며 살아야 할 공동체입니다.

서로의 삶의 방식이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가 살려고 하는 생명체임을 인식 할 때 우리 모두의 삶은 더욱 평화롭고, 행복하며 윤택한 삶이 될 것입니다.

〈지장 무등산 증심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