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자손을 많이 낳는 것은 오복 중의 하나이며, 가문을 번성시키는 제일 첫 번째 일이었다. 며느리가 자식을 낳지 못할 때는 칠거지악의 하나로 여겨 친정으로 보내기도 하는 잘못된 관습이 근세까지도 내려오기도 했다.

특히 인간의 수명이 채 40세를 넘기지 못했으며, 각종 질병 및 괴질이 만연한데다 출산으로 인한 산모 및 영유아 사망률이 높아 자손을 번창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10세를 조금 넘은 나이에 조혼하는 풍습이 생기고 우리 어릴 때 꼬마 신랑이라는 코믹한 영화를 보면서 조선시대의 삶을 엿보기도 했다.

더욱이 각종 전란과 노역 착출, 농경사회로 인한 노동력의 필요성 탓에 아들을 선호하면서 최근까지도 남아 선호사상이 우리 사회를 압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6·25 전쟁 후 베이비붐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는 심각한 식량난을 야기하고 급기야 70년대부터는 두 자녀 낳기 운동과 가족계획이라는 이름하에 강력한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세 번째 분만은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지금 생각하면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와 일부 학자들에 의해 20년 후 오히려 인구가 감소해 국가적인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논문들이 나오면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여성들의 교육과 사회진출이 넓어지고 자기 발전에 대한 강한 욕구 등으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됐다. 여기에 심각한 대학 진학 등 입시 문제로 인해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및 심리적 부담은 급기야 출산율을 여성 한 명당 1.15정도 까지 끌어내렸다.

더욱이 교육연한이 늘어나면서 직장 및 사회진출이 늦어져 결혼 연령이 30년 전에 비해 4∼5세가 늘어나면서 초산 출산 연령이 30세가 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의학적인 견지에선 가장 적정한 첫 번째 출산연령은 24∼26세인데 현재 평균 첫 번째 출산연령이 30세를 넘은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두 번째 출산연령이 35∼40세를 넘기는 등 산모의 고령화에 따른 많은 위험인자를 내포하고 있다.

산모의 고령화는 첫째로 임신율(수태)의 저하 및 불임의 증가가 심하며, 둘째는 산모의 난산 및 제왕절개술뿐만 아니라 고혈압, 임신성 당뇨 등 성인병의 증가로 자궁내 태아 발육이나 기형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셋째로 자궁근종 자궁경부암 등의 질환이 30대 후반에서 임신과 동반함으로써 자궁내 태아 발육 및 출산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넷째로 출산 후 육아 문제에 있어서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다섯째로 산모의 고령화는 염색체 변이로 인한 다운증후군 등 태아 기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섯째 고령산 모로 인한 미숙아의 증가는 신생아의 발육부진 및 각종 장애 증가의 요인이 되어 가정 및 사회적인 커다란 부담이 된다.

이 같이 고령화 산모의 증가는 저 출산 문제와 함께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범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가나 지자체는 산전 및 출산진료비 지원 확대 등 고령 산모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정책적인 배려를 확대해야 한다. 〈허정 에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