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초등생 유인 실패하자 주먹질 20대 덜미, 학교 여자친구 술 먹이고 성폭행한 3명 덜미, 광주 2년 연속 교통사고 발생률 최고 오명….”

요즘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사들이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서 수사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와 같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1주일간 방치해 두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으며, 1주일 후에는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법칙은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였던 뉴욕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됐다. 1980년대 뉴욕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고,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치안이 형편없었다.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 지하철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대책을 제안했다.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5년에 걸쳐 약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단행했다.

그 결과 2년 후부터 뉴욕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하여 결국 지하철 중범죄 사건이 75%나 급감했다.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도 이 대책을 뉴욕 경찰에 도입하여 경범죄를 철저히 단속했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벗는데 성공했다.

요즘의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도 죄가 되느냐’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법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사람이 많고, 무단횡단 등 기초질서를 위반해 단속되면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는 경우도 많다.

검찰에서는 ‘법질서 바로 세우기’가 절실하다고 판단하여 살인·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기본 법질서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가 기본 법질서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작고 사소해 보이는 범죄를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큰 고통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에게 어떠한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로 결정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깨어진 유리창 법칙’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내 집, 내 이웃의 유리창이 깨져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살펴볼 일이다.

/김재호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