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한 사회’란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범죄자들을 변호해온 필자는 ‘모든 범죄자가 빠짐없이 처벌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네 명의 미성년자들이 형제가 거주하고 있는 다가구주택에 침입하여 강도 범행을 하다가 피해자 중 한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고인들 중 단 한 명만 범죄를 인정할 뿐 나머지 세 명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부인하고 있는 피고인들 역시 수사기관에서는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기 때문에 제가 변호하게 된 피고인들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서 범행을 부인한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진행하면서 사건 내용이 파악되고 피고인들을 여러 차례 접견하면서부터 처음의 선입견이 많이 사라지고 피고인들의 무죄항변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미성년자이고, 그 중 한 명은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다른 범죄로 인하여 교정기관에 수용 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및 변호인의 조력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그 와중에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수사 초기의 자백 경위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또 범행의 장소나 방법에 있어서도 강도범행의 전력이 없는 미성년자들이 저지르기에는 매우 대담하여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고인들은 1년이 넘는 재판을 통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직도 피고인들이 왜 처음에는 자백하였는지, 같이 범행을 하였다고 주장한 공범은 왜 그런 주장을 하였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수사초기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수사가 이루어졌었다면 피고인들을 처음부터 범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피고인들이 미성년이고, 또한 지적장애까지 있는 상태였기에 이러한 방어권보장이 더욱 절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법원의 판단에 의해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제가 변호했던 피고인들이 무죄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제 역할은 피고인의 주장을 들어주고 윤리적, 법적 한계 내에서 최선의 변호를 하는 것이지 진실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법적시스템이 영화에서처럼 모든 범죄자를 한 명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빈부, 직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부여받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처우 받는지 일 것입니다.

오제이 심슨과 마이크 타이슨과 같은 유명인을 변호하였던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는 ‘미래의 법률가에게’라는 책에서 “훌륭한 변호사는 악인을 변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피고인은 윤리가 허용되는 한계 내에서 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부유한 자가 두터운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빈민층과 중산층이 제대로 변호 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대답합니다.

/강성두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