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 앳된 티를 채 벗지 못한 17살의 소년이 수갑을 찬 채 검사실에 들어섰다. 상습절도! 많지 않은 나이에 절도 전과가 6번이나 있던 소년은 “왜 이런 범행을 반복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아빠, 엄마도 안 계시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요.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한 번도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내가 어떻게 다른 애들과 똑같이 살 수 있겠어요”라고.

필자는 소년에게 말했다. “네가 부모가 없어서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면 할머니가 얼마나 마음 아파할 것인지 생각은 해봤느냐. 할머니라도 곁에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느냐”라고.

그러자 소년이 말했다. “내가 뭘 해도 다른 애들과 똑같아질 수는 없어요. 나는 처음부터 그 애들이 가진 걸 하나도 못 가졌는데요”라고.

부모의 사랑 속에 살아야 할 소년이 어린 나이에 순탄치 않은 삶을 살고, 벌써 사회로부터의 소외를 느끼는 모습에 필자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필자는 그 소년에게 다시 말했다.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렵고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 너도 크면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 테고, 네가 지금처럼 살면 그 자식도 너와 똑같은 원망을 너에게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럼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이냐”라고.

그 소년은 그 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사를 받는 내내 눈물을 적셨고, 조사가 끝난 후 “제가 교도소에서 나오면 꼭 찾아와서 인사드릴게요”라고 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소년은 가치관과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미완성의 인격체이다. 그래서 아직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부족하여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접하는 환경에 따라 쉽게 비행에 물들기 쉽다.

특히 비행을 저지르는 소년들의 주변환경은 대부분 몹시 열악해서 정성어린 마음으로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치료를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에서는 이러한 소년범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 사법체계와는 구별되는 소년사법체계를 갖추어 놓고 소년에 대한 선도와 보호를 위주로 하는 처분을 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지난 1978년 광주지검에서 최초로 소년에 대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도입한 이래 ‘보호관찰조건부 기소유예’ 등 비행 소년을 보호, 선도하여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그때 그 소년에게 다시 한 번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올 기회를 주기 위해 통상의 재판절차에 넘기지 않고 법원 소년부로 보내는 결정을 했었다. 필자는 그 소년이 검사실에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때 소년이 흘렸던 눈물이 진실한 후회와 반성의 눈물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일선 검사로서 소년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피해의식을 가진 소년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 그 소년처럼 진심어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면 적정한 선도와 보호를 통하여 얼마든지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 그 소년이 소리없이 흘렸던 눈물이야말로 검사로서 정말 보고 싶은 귀한 눈물이 아닐까.

/이은강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