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관계에 대한 설문을 본 일이 있다. 가족을 직계부모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실에 40년대에 태어난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핵가족 시대라지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까? 할아버지, 할머니의 귀염을 받으며 살던 그때는 당연히 아버지, 어머니보다 웃 어르신이셨다. 한없이 인자하셨고 준엄하셨고 기침소리에 온 집안 식구들이 긴장을 했던 그때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세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는까? 이번 민족 대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가족 친지들과 만남이 있었으리라. 자녀 손들이 세배를 하는데 과연 어른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그리움에서 였을까? 아니다 절은 건성으로 하고 목적은 세뱃돈에 있었다. 이런 대 명절에 가족관계를 꼭 확인해 주었어야 했다.

나를 중심한 관계를 생각해 본다. 나위에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고 아래로 자녀들이 있고 옆으로 부모님과 부모님과 관계된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가 있고 형제와 관계된 형, 동생, 형수, 제수, 조카들이 있다.

아내와 관계에선 처남과 처형, 처제, 처남댁이 있고 생질, 이질도 있다. 친구관계에선 친구의 부모님, 직장에서는 상사, 동료, 후배들이 있고 자녀관계에서 맺어진 사돈들이 있다.

가족관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에 다시 한번 나와의 관계를 정립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인간은 관계의 연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나와 나, 나와 이웃, 나와 하나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관계들이다.

나는 나와의 관계에서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물론 나도 나를 잘 모른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아버지로서 나. 아들로서 나. 남편으로서 나를 얼마나 잘 감당하고 있는가? 몇 점이나 될까? 상중하, 어느 정도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나의 위치, 나의 신분, 나의 사명,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존재인가? 때론 너무 바쁘다 보니 나를 잊고 살 때가 많다. 나를 중심한 모든 사건들이 나를 알게 하고 나의 책임을 요구할 때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나고 나와 지대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아무리 바빠도 잃어버린 나를 찾아보자.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주변에 좋지 않은 일들이 방송과 신문을 도배한다 해도 나는 나의 할 일이 있다. 비난과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그런 일에 한몫을 했다는 자평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 하는데 너는 한 것이 무엇인가?

너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비판과 책임전가할 자격이 있는가? 너는 딴 나라 사람인가? 사회적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다시 한번 나의 본분을 재조명해 보자.

우리가 조금만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관심만 갖는다면 상황은 다르게 변하리라 본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없는가? 내가 해야 할 몫은 없는가? 부모, 형제자매, 일가친척, 사돈지간을 떠나 크게는 우리 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동료로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서로 아끼고 돕고 이해하며 산다면 얼마든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한 치만 양보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여유를 갖고 살자. 다 나의 부모요. 형제요. 누이요. 친구가 될 것이다.

/이원재 광주무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