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민족과 국가라도 고유의 풍습과 더불어 예(禮)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축제나 명절이면 전통적인 모습이 독특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들만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사람 사는 일이 풍요한 삶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요즘 한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이 되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례(茶禮) 때문에 괴롭고 갈등을 부추기는 명절이 되어 일부에선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하니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 핵심요인의 근원을 살펴본바 종교계 개신교의 일부 종파에서 우상숭배론까지 거론하면서 가족간에 등을 지고 불화하며 심지어 단군상 마저도 훼손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하니 종교와 신앙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종교와 신앙이란 별의별 소리가 많지만 우주만유의 궁극인 실체와 나(我)라는 실체가 교감토록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우수한 매개체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실체를 유독 종교집단만은 종단과 종파에 따라서 가지고, 가르치고 믿도록 하여 풍요한 삶과 원만한 인격으로 인도하였건만 이를 가지고 다투고 불화하는 것은 성자들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래된 종단이면 대체적으로 종파가 생겨서 자기들끼리 싸움질하고 심지어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를 보면서 과연 그들이 한분의 성자를 추앙하며 하나를 추구하는 신앙집단인지 의심스러운데 분쟁하거나 불협화음이 있어선 본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표적인 성자로 석가, 공자, 예수 등이 있지만 예수만이 결혼한 바가 없으므로 제사가 없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예수의 삶을 오롯이 받드는 신자라면 결혼을 하지 않는 삶으로 예수의 뒤를 따라야 할 뿐 아니라 아예 묘지를 조성하거나 추도예배 등도 또한 절하는 대신으로 꽃 등으로 예를 갖추는 일마저도 비판해야한다. 이것은 매우 극단적인 예(例) 였지만 제사때 절하는 행위나 음식을 놓는 행위나 종교의식도 동전의 양면이 다 같은 값어치가 있는 것처럼 차이가 없는 행위일 뿐 아니라 마치 서양 사람들은 만나면 입맞춤이 인사지만 동방예의 지국인 한국에선 큰절을 하든지 목례정도가 인사로 예절풍습이 다르지만 인사의 예심은 같기 때문이다.

민족의 몇백년 내려온 차례를 자기 종파나 교역자의 성향에 따라서 우상숭배로 매도하면 위대한 성자의 삶과 뜻에 거슬리지 않겠는가.

우리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더구나 성자들의 심량은 능소능대(能小能大)하고 능선능악(能善能惡)을 자유로이 할 위력이 있으므로 함부로 예단하지 말고 겸손하게 배려하는 삶의 지혜가 하나의 빛이요, 종교의 가르침이요, 성자의 혜안이다.

제사는 종교문제 이전에 가족간 소중한 유대 공간을 제공하며 요즘처럼 핵가족으로 인한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가족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사랑과 더불어 행복을 위한 조상이 주신 축복의 자리로 한민족의 미풍양속으로 더욱 권장하고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명절의 차례문화가 되길 기대한다.

/김주영 원불교 장성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