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 옷은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이태리에서 40년동안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이러니 내가 안 반해.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최근 ‘시크릿 가든’이라는 TV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김주원이 했던 대사입니다. 사람들은 ‘현빈 앓이’, ‘주원 앓이’를 하며 현빈이라는 배우에 열광하였습니다.

그가 드라마의 캐릭터를 100% 소화해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해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였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도 사건 당사자인 의뢰인을 위한 논픽션 드라마 대본을 쓰고, 당사자를 대역하는 배우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소송에 적합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사실관계를 법적 용어를 사용하여 정리하고, 판사, 검사 또는 상대방 변호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준비서면 또는 변론요지서를 들고 법정이라는 무대 위에서 재판부와 방청객 앞에서 사건 당사자가 되어 변론을 하는 것이 흡사 배우와 같습니다.

재판이라는 것은, 때론 1회 변론으로 종결되는 단막극이 되거나 변론기일이 계속되는 몇 부작 미니시리즈 또는 그 이상의 연속극이 되기도 합니다.

배우가 작품 속 인물과의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듯 변호사도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설득력 있는 변론을 할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면서 제 머릿속 상상으로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그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직 미혼임에도 50대 이혼남이 되어 보기도 하고, 남의 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한다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음에도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상습절도범이 되어보기도 하며, 여자이지만 여자를 추행, 강간하는 남자 범죄인들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또 많은 사건속의 당사자를 연기하다 보면 간혹 사실관계를 헷갈리거나 핵심 내용을 잊어버릴 만한데,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실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속의 당사자를 위한 최선의 각본을 쓰고 최선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지 매번 스스로를 돌아보곤 합니다. 사건 속의 의뢰인은 허구의 인물이 아니며, 재판 하나에 신체의 자유가 제약되거나 전 재산이 변동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조금 더 넓혀보면, 직업인으로서 배우나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도 자신의 삶의 배우들입니다. 가정, 직장, 사회 속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명연기를 펼쳐야 하는 진정한 배우들 말입니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대사처럼 오늘도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질문에 “네, 최선입니다. 확실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장인 정신을 가지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의뢰인의 하소연을 설득력 있는 표현과 주장으로 담아낸 서면을 작성하고 그 서면을 읽는 판사님이 감복하는 날, 의뢰인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겠죠. “이러니 제가 안 반합니까? 이 어매이징한 변호사님!”

/임주영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