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가족과 사회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소년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한 손에 수갑을 든 채로 영장법정에 들어온다. 지난해 영장전담판사로 일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이다.

영장법정에 들어서는 소년들의 절반 이상은 친구들과 가출하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 강도 범죄를 행한 경우이다. 다음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이다.

참고로 지난 1년간 필자가 처리한 영장사건 피의자 628명 중 소년은 약 7%(44명)이고, 이들이 행한 범죄 중 약 50%(22명)는 절도, 강도 범죄이고, 약 30%(13명)는 성폭력범죄였다. 이들은 우발적 충동이나 부주의, 가출로 인한 경제적 궁핍에서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다만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실무상 소년의 연령, 비행경력,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지 여부, 가출의 이유와 횟수, 보호자의 애정과 관심, 보호자의 의지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에 관하여 엄격한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소년은 교정가능성이 성년에 비하여 높고, 구속이 소년의 심신과 장래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영장전담판사로서 소년에 대한 구속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지 여부이다. 왜냐하면 영장법정에 들어서는 소년들의 대부분은 가출 후 친구들과 어울려 찜질방, PC방, 여관 등을 전전하면서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어 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한 해 필자가 처리한 사건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보니 피의자가 소년인 사건의 영장발부율(약 77%)이 피의자가 성인인 사건의 영장발부율(약 75%)보다 높게 나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현실에 있어서는 소년의 경우 구속사유인 주거부정 또는 도망할 염려에 해당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하여 오히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년범의 상당수는 가정과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상태여서 구속하지 않고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출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소년범의 영장재판에는 불구속과 구속이라는 두 가지 선택만이 있다. 구속 이외에 소년범의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는 없는 것인가?

미국의 경우에는 재판에의 출석보장과 소년범의 추가적인 범죄의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소년범을 수용시설에 구속하지 않는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다. 자택미결구금(home detention), 일일 혹은 저녁보고센터, 기숙제 대안, 대리가정(forster home)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소년범을 수용시설에 구속하지 않고 가정재판소의 조사관으로 하여금 소년이 집 또는 관련시설에 위탁되어 있는 상황에서 소년을 감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영장 업무를 떠난 지금은 지난해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 업무를 처리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민과 갈등도 옛 추억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소년범에 대하여 구속을 대체할 다양한 대안들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방진 광주지방법원 공보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