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재기의 의지 다진 '칼의 눈물길'
2011년 03월 28일(월) 00:00 가가
〈11 〉 순천 용문교∼송치재 백의종군길
20㎞ 하루 길, 천과 둑 어우러진 눈부신 풍광
폐철길·둑방길 조화 … 재래시장·매실 체험도
20㎞ 하루 길, 천과 둑 어우러진 눈부신 풍광
폐철길·둑방길 조화 … 재래시장·매실 체험도
백야교 옆 둑방길에 옛정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순신 장군은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민초들을 만나고 남도의 의로움과 용기에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서울 옥문을 나와 20여 일 만에 구례현(求禮縣)에 도착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은 매우 급박했던 모양이다. 사가인 손인필(孫仁弼)의 집에 하루를 묵고, 다시 길을 재촉해 순천부(順天府)로 향한다.
“1597년 4월 27일 맑음. 일찍 떠나 송치(松峙·순천시 승주군 서면) 밑에 이르니, 구례 원이 점심을 지어 보냈다. 순천 송원(松院·순천시 승주군 서면)에 이르자 이득종(李得宗), 정선 등이 와서 문안했다. 저녁에 정원명(鄭元溟)의 집에 이르니 원수가 내가 온 것을 알고, 군관 권승경(權承慶)을 보내어 조상하며 또 안부를 묻는데 위문하는 말이 매우 간곡했다.” (난중일기 중)
‘이순신 백의종군길’ 4∼5코스는 지금 행정구역상 구례의 경계를 넘어 순천으로 향하는 하루 남짓의 길이다. 총 20㎞에 달하는 거리로 옛사람은 하루 걸려 당도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순신 장군이 걸었을지 말을 탔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4코스는 ‘섬진강 징검다리길’이라 불린다. 천변을 따라 놓여 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라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정다운 길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길을 걸으며 삼삼오오 모여드는 민초들을 만났고 남도의 의로움과 용기에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이 코스는 황전천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용문교를 출발해 황전 공공하수처리장∼선변교∼외구마을∼내구마을∼발산마을∼황전늘픔길∼괴목시장∼황전면사무소까지 11.8㎞ 구간으로 4시간여가 소요된다.
17번 국도와 죽산, 황전천 줄기를 따라 조성된 둑방길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살랑이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쑥이 고개를 내밀고, 들판에는 제법 푸른기가 돌았다.
천과 둑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며, 걷다가 만나는 다리와 폐철길의 정취는 탐방객의 마음을 봄을 맞는 처녀가슴마냥 들뜨게 했다.
특히 황전면이 조성중인 황학리 황학마을에서 죽내리 내동마을을 거쳐 괴목리에 이르는 이른바 ‘황전늘픔길’은 농촌 풍경을 즐기며 걷기에 그만이다.
황전면 소재지에 자리한 재래시장 ‘괴목시장’도 들러 볼만하다. 4·9일 열리는 전통 오일장으로 괴목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와 같이 아홉 개의 큰나무(느티나무 괴 槐 나무 목 木)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그리 불린다고 한다.
5분 거리에 전라선 구례구역과 순천역 사이의 간이역인 ‘괴목역’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송치재 칼의 눈물길’로 불리는 5코스는 황전면사무소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송치재(순천시 승주군 서면)까지 길로 갖가지 체험과 볼거리가 많은 길이다.
괴목역 삼거리를 출발해 백야마을∼백야마을 폐철길∼백야교∼용암매실밭∼상동마을∼송치재까지 7.7㎞로 3시간 가량 걸린다.
백야교 옆을 지나면서 만난 주민 박석춘(74)씨는 “순천갈라믄 그리 넘어야제. 지금은 도로가 나서 편하지만 옛날에는 산길로 가야했은께 죽을 맛이었제”라며 송치재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이 때문에 지역사람들은 송치재를 ‘쏘련재’라고 불렀다고 했다.
백야교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걸으면 용암매실밭에 이른다. 여느 때 같으면 매화꽃이 지천이겠지만 올해는 꽃 소식이 늦어서인지 양지바른 곳에 살짝이 고개를 내민 매화만이 머쓱하게 탐방객을 지켜본다.
다시 길을 돌아 걸으면 상동마을(순천시 월등면). 상동마을에서 송치리마을을 거쳐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가면 순천으로 향하는 송치재(해발 280m)가 나온다. 지금은 새 길이 뚫려 인적 없이 고요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 길을 따라 순천부로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 올라 잠시 쉬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남도의 산하를 굽어보며 큰칼 높이 치켜들고 재기의 의지를 다지지 않았을까.
순천시는 앞으로 이순신 백의종군길 4∼5코스에 옛 정취가 뭍어나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황전늘픔길과 용암매실밭∼상동마을 둑방길을 조성하는 등 이 구간을 역사·생태문화형 탐방로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박종욱 순천시 관광개발담당은 “4∼5 코스는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고 폐철길과 둑방길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길”이라며 “재래시장 체험과 매실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1597년 4월 27일 맑음. 일찍 떠나 송치(松峙·순천시 승주군 서면) 밑에 이르니, 구례 원이 점심을 지어 보냈다. 순천 송원(松院·순천시 승주군 서면)에 이르자 이득종(李得宗), 정선 등이 와서 문안했다. 저녁에 정원명(鄭元溟)의 집에 이르니 원수가 내가 온 것을 알고, 군관 권승경(權承慶)을 보내어 조상하며 또 안부를 묻는데 위문하는 말이 매우 간곡했다.” (난중일기 중)
4코스는 ‘섬진강 징검다리길’이라 불린다. 천변을 따라 놓여 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라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정다운 길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길을 걸으며 삼삼오오 모여드는 민초들을 만났고 남도의 의로움과 용기에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17번 국도와 죽산, 황전천 줄기를 따라 조성된 둑방길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살랑이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쑥이 고개를 내밀고, 들판에는 제법 푸른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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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치재에서 바라본 17번 국도와 옛 길. |
황전면 소재지에 자리한 재래시장 ‘괴목시장’도 들러 볼만하다. 4·9일 열리는 전통 오일장으로 괴목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와 같이 아홉 개의 큰나무(느티나무 괴 槐 나무 목 木)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그리 불린다고 한다.
5분 거리에 전라선 구례구역과 순천역 사이의 간이역인 ‘괴목역’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송치재 칼의 눈물길’로 불리는 5코스는 황전면사무소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송치재(순천시 승주군 서면)까지 길로 갖가지 체험과 볼거리가 많은 길이다.
괴목역 삼거리를 출발해 백야마을∼백야마을 폐철길∼백야교∼용암매실밭∼상동마을∼송치재까지 7.7㎞로 3시간 가량 걸린다.
백야교 옆을 지나면서 만난 주민 박석춘(74)씨는 “순천갈라믄 그리 넘어야제. 지금은 도로가 나서 편하지만 옛날에는 산길로 가야했은께 죽을 맛이었제”라며 송치재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이 때문에 지역사람들은 송치재를 ‘쏘련재’라고 불렀다고 했다.
백야교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걸으면 용암매실밭에 이른다. 여느 때 같으면 매화꽃이 지천이겠지만 올해는 꽃 소식이 늦어서인지 양지바른 곳에 살짝이 고개를 내민 매화만이 머쓱하게 탐방객을 지켜본다.
다시 길을 돌아 걸으면 상동마을(순천시 월등면). 상동마을에서 송치리마을을 거쳐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가면 순천으로 향하는 송치재(해발 280m)가 나온다. 지금은 새 길이 뚫려 인적 없이 고요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 길을 따라 순천부로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 올라 잠시 쉬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남도의 산하를 굽어보며 큰칼 높이 치켜들고 재기의 의지를 다지지 않았을까.
순천시는 앞으로 이순신 백의종군길 4∼5코스에 옛 정취가 뭍어나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황전늘픔길과 용암매실밭∼상동마을 둑방길을 조성하는 등 이 구간을 역사·생태문화형 탐방로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박종욱 순천시 관광개발담당은 “4∼5 코스는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고 폐철길과 둑방길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길”이라며 “재래시장 체험과 매실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