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법원은 형사사건에서 형사책임의 정도에 대하여 그 제재나 책임의 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건의 형사재판에 임하다 보면 법정형의 상·하한이 너무 높아 오히려 형평성에 반하고, 정의 관념에도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최근 경향은 가급적 재판장이나 행정 공무원에게 재량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과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향이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향에 의하여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가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경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형법 제337조에 규정된 ‘강도상해죄’를 생각해보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끔찍한 죄이기 때문에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속된 말로 범죄자가 골목길에서 학생에게 겁을 준 뒤 주머니에 있는 1만원을 빼앗고 그 과정에서 다리나 얼굴에 약간의 타박상만 입혀도 그 범죄는 강도상해죄가 되는 것이고, 법정형이 ‘최소 7년 이상’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 3년6개월의 실형선고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강도상해죄의 행위의 형태나 모양은 상당히 다양하고 특히 상해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에서는 전치 2주 정도의 진단서를 남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경찰들은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진단서를 제출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강도상해죄’ 법정형의 최하한을 7년으로 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강도상해죄 외에도 마약 관련 범죄나 성범죄, 경제사범, 뇌물죄 등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서 재판장이 범죄의 태양이나 범죄자가 범죄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라 적절한 형량을 결정하는 것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극단적이고 잔인한 범죄인 살인죄(형법 제250조)의 법정형을 보더라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재판과정을 살펴보면, 살인의 동기나 원인, 범죄자의 정신상태나 생활환경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살인죄’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고 극단적인 범죄가 인류에게 존재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살인죄’도 법정형의 하한이 ‘5년 이상의 징역형’이어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데, 다른 범죄의 경우에 어떠한 상황에도 집행유예 자체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규정하는 것이 형평성이나 정의관념에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범죄가 점점 더 잔인해지고 교묘해지는 것에 대하여 처벌의 정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대처 방향은 법정형의 상한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지 하한을 높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형법이나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많은 범죄들의 법정형의 하한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부분이 없는가 살펴볼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입니다.

/정상문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