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는 ‘자업자득 자작자수’(自業自得 自作自受)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즉 “자신이 받고 있는 과보는 자신이 지어서 자신이 받는 것이다” 라는 뜻이다.

요즈음 세계는 온통 지진과 방사능, 해일, 때아닌 폭설, 폭우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게다가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의 폭발이 겹쳐 지구 곳곳이 성난 벌떼들의 모습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자연마저 무심하구나 싶다.

그러나 조용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고 ‘개발과 편의’라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 아래 함부로 파헤치고, 끊어내고 인간들의 욕망에 맞추어 변화시켜 놓았다.

지금부터 40∼50여년 전 나의 고향 공주 시골에는 꼬불꼬불하게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12번의 돌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6km를 걸어서 지금은 명칭이 바뀐 초등학교에 다니곤 하였다.

장마철이 되어 물이 불어나면 종종 학교를 결석해야 하는 불편이 많았던 시절.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 강냉이 죽을 받아먹고, 집에 돌아 올 때면 빈 도시락에 다슬기 가득 잡아서 저녁이면 모깃불 피워 놓고, 멍석을 마당에 깔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며 다슬기 빼먹던 시간이 너무 그립다.

경제적으로는 지금보다 빈곤하여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엔 인정의 강이 철철 흘러 넘치고, 이웃과 이웃 사이엔 화기애애한 정감이 넘치던 시절.

이웃집 모내기라도 하는 날이면 잔칫집처럼 온 동네가 왁자지껄하며 웃음바다를 이루며 막걸리 나누던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도 그리운 요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서 흥미 없겠지만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다.

먼 앞 목표지점도 정하지 않은 채 오직 한치 앞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보면서 100m 질주하는 선수처럼 살아왔다. 그 질주는 지금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생각 없이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산돼지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생각하는 갈대가 되어보자.

이제 한번쯤 삶을 뒤돌아 보는 여유를 갖자고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을 소개하면서 마치고 싶다.

“배고프면 나무열매를 먹어서 그 주린 창자를 위로하고 갈증 나면 흐르는 물을 마셔 목마른 생각을 쉴지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소중히 길러도 이 몸은 결정코 무너지고 좋은 옷을 입어서 지켜 보호하여도 목숨은 반드시 마칠 날이 있느니라.”

/지장 무등산 증심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