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느 정도 성장하여 철든 나이가 되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들 중에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응답은 부모님 중에서도 “어머님”이라는 대답을 접하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그런데 요즘 국내외의 서점가에서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ther)라는 한국인 작가의 소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요인은 “보편적인 주제지만 매우 호소력이 있다”라는 점인데 이는 우리가 항상 그리워하는 헌신과 사랑의 상징인 어머니의 정체성을 일깨워 가족관계와 인간관계가 새롭게 교감 되어 생활 속에서 한 믿음의 실체로서 나타나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종단에서는 ‘성모상’(聖母像)을 모시거나 ‘아버지 하나님’을 연호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성모상도 어머님제사도 우상숭배라 하며 분열을 조장하여 파당을 짓고 가족간의 관계마저도 불화케 하는 처사와 더불어 심지어 전쟁도 불사하는 종교행태는 종교 존재이유를 의심케 한다.

어떻게 보면 어릴 적엔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대상이 부모이며 유독 어머니의 역할은 대단하여 대부분 어머니를 잊지못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다소 소원해지다가 이젠 자주적으로 믿음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부모 되어 자신도 실체로 회귀하게 된다.

어느 목사가 고향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작은 아버님이 큰 어른이시므로 이 어른만 교인이 되시면 마을 사람들을 교인만들기는 쉽겠다 싶어서 간청하여 새벽기도를 함께하는데 “주여, 아버지 하나님”하면 의례 뒤따라서 “형님 하나님”하는지라 기도를 마치고 물으니 조카 자네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 하나님이지만 나는 네 아버님이 형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예법상 맞는 일이지 조카나 내가 같이 아버지라고 한다면 족보가 엉망진창이 아니 되겠는가 하니 말문이 막혀서 그 다음부터는 기도에 초청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형이상학적인 어떤 것이 형이하학적 실체와 연결이 안 되고 막연히 믿음을 강요하면 이러한 생활신앙인(토착 신앙)에게 잡히는 밝은 세상이 되었다. 신앙의 실체는 어느 곳, 어느 때를 가리지 않고 있으나(無所不在) 무지와 탐욕의 울에 갇혀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만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어머니’야 말로 헌신과 사랑으로 울을 녹여 언제나 자유롭게 만날 수도 있지만 그지없이 평안하기도 한 형이하학적 실체적 귀의처다.

그러나 요즘 어머니라는 주제의 책이 새삼스럽게 뜨게 되는 것은 이혼 등으로 가정들이 무너지고 가족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존속살인이라는 끔찍한 일들이 대중매체를 통해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 상황에서 바로 언제나 실체적 귀의처인 ‘어머니’의 자리가 확고해지길 염원하는 구원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타종단의 경전을 불태워서 살상의 사태를 유발하고 이웃에서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기가 속해 있는 신의 이름으로 경고나 하는 등의 처사는 신앙과 종교를 빙자하여 지구촌의 가정을 파괴하고 인류의 정신을 살상하는 현시대의 이단적 아류다.

이젠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만이 신앙의 실체로써 가정뿐 아니라 인류와 종교를 구제한다.

/김주영 원불교 장성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