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잔치 집에 눈, 코, 귀, 항문이 초대되었는데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논쟁이 벌어졌다.

눈은 “내가 아니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겠는가?” 코는 “내가 아니면 어떻게 이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겠는가?” 귀는 “내가 아니면 어떻게 이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겠는가?” 서로 자기 자랑만 하느라고 옆에 항문이 있는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댔다.

그러자 화가 난 항문이 문을 꼭 닫고 말았다. 파티가 무르익어 몇 시간이 지나자 배가 살살 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문은 결코 문을 열지 않고 꼭 다물고만 있었다. 몇 시간이 더 지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드디어 눈·코·귀는 모두 한목소리로 외쳤다. “항문이여! 문을 여소서!!”

항문에 흔히 발생하는 치핵, 치열, 치루를 통칭해서 치질이라 부르며 이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핵을 통상 치질이라 한다. 치핵의 초기에는 증상 치료를 한다.

증상 치료는 내치핵에서의 출혈을 가라앉히거나 외치핵에서 생긴 혈전과 이로 인한 부종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치료이며 내복약과 좌약, 그리고 좌욕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내복약이나 좌약 혹은 좌욕만으로는 내치핵이나 외치핵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으며 치핵이 심해진 경우 근치 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치핵절제술이다.

과거에는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재발도 많고 잘못되면 변이 새는 현상도 있어서 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항문 수술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이상적인 치핵절제술은 수술 후 통증과 재발이 없어야하며 항문 기능이 보존되는 수술 방법이어야 한다. 수술 후 통증과 재발을 최소화하고 항문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에 항문의 기능적, 해부학적 상태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수술을 선택해야 한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항문 역시 그 형태나 기능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모든 치핵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수술 방법은 있을 수 없다. 항문 괄약근의 해부학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항문초음파 검사가 이뤄지며, 항문 괄약근의 기능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로는 항문압측정기를 사용하며, 항문 관의 크기는 항문관측정기를 사용해 측정한다.

항문의 해부학적, 기능적 상태를 파악해 거기에 맞는 적합한 술식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개인별 맞춤형 치질 수술’이다.

그러므로 단지 의사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수술 보다는 경항문초음파, 항문압측정기, 항문관측정기 등을 이용한 ‘개인별 맞춤형 치질 수술’이 더 신뢰할 만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항문병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건강한 항문을 위해서는 항문 혈관을 확장시키는 자세나 생활 태도는 피해야하며 감자, 고구마, 채소, 해조류 등 식이섬유 섭취가 많은 식생활을 권한다.

하루에 2차례 정도의 좌욕, 특히 배변 후 좌욕은 필수다. 하지만 이미 치질이 생겨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수술 후 통증이나 재발, 항문 기능의 이상이 걱정돼 수술을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개인별 맞춤형 치질 수술’을 권한다.

/조동윤 위대항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