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답답한 마음에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하소연을 합니다. “도대체 제 삶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불행과 슬픔만 있어요.” 의사는 그 사람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다음, 밖으로 나가 빈병 한 개와 약 두 가지를 들고 와서 말했습니다. “여기에 빈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가지 약이 있는데 하나는 먹으면 바로 죽는 독약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활기 있게 만들어주는 비타민입니다. 만약 이 빈병에 독약을 넣고 그것을 당신이 마신다면 금방 죽어 버릴 테지요. 반대로 이 빈병에 비타민을 넣고 그것을 당신이 마시면 활기를 느끼며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병에 어떤 약을 넣느냐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빙그레 웃더니 계속 말했습니다. “이 빈병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왜 자신의 마음에 자꾸만 비타민 대신 독약을 넣으려고 합니까? 마음이라는 빈병에 독약과도 같이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미움을 넣지 말고 비타민처럼 밝고 긍정적인 생각과 사랑을 넣어보십시오. 그러는 사이에 당신의 삶은 장밋빛으로 바뀌고 있음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우리들 마음 안에 무엇을 채우고 있을까요? 비타민일까, 아니면 독약일까?

생각해 보면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감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기쁨, 희망, 사랑 등의 긍정적인 감정만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그에 못지않게 슬픔, 체념, 미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도 마음속에 자주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오면 힘들어지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행복은 더 가지고 못 가지고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행복한 삶을 지향하면서도 행복하지가 않은 이유는 내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완연한 봄입니다. 소록도 여기저기 수많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그 가운데는 이름을 알고 있는 꽃들도 있지만, ‘저런 꽃들도 있었나?’ 싶은 작은 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죠? 그 작은 꽃들은 제가 이름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가 자리한 그곳에서 때가 되면 소리없이 자기 꽃들을 피워냅니다. ‘아! 저렇게 살아야지! 내가 자리한 그곳에서 비록 이름없이, 소리없이 사는 삶이어도 내가 피워내야 할 꽃들을 아름답게 피워내야지!’

오늘도 아침 미사 마치자마자 분도 형제님이 자신의 전동차를 몰고 바삐 갑니다. 아마 오늘도 매점에 가는가 봅니다. 오늘은 매점에서 무엇을 골라 들까요? 나이가 60대 중반이지만 정신연령은 6∼7세 정도 어린아이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남자에게는 ‘아빠’ 여자에게는 ‘엄마’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항상 웃기만 하는 바보같은(?) 분도 형제님이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것처럼 우거지상을 하고 다니는 저를 오늘은 부끄럽게 만듭니다. 분도 형제님은 저보다 훨씬 아름다운 꽃입니다.

/서달원 소록도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