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에게 바라는 글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변호사들이 사익에 치우치지 말고, 힘없는 서민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들에 대하여 변호사의 한 명으로서 항상 부끄러움과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얼마 전 변호를 했던 사건이 생각납니다. 피고인은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자신이 살던 아버지 명의의 집에 방화를 하였습니다.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없었지만 과연 피고인의 행위가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있느냐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집행유예판결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할 사안이었지만, 피고인이 이미 동일 범죄로 인하여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이 있고 현재 그 유예기간 중이였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는 처지였습니다.

최하한 형이 3년이기 때문에 감경사유를 감안하여도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최소 3년을 복역해야만 했습니다. 일단은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없었다는 쉽지 않은 변론을 하면서 현주건조물이 아니라는 변론도 함께하였습니다.

다행히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화재감식 공무원의 진술에 큰 도움을 입어 재판부는 물론, 검사도 동의하여 타인 소유 일반건조물방화미수죄로 첫 번째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반건조물방화미수죄 역시 법정형이 징역형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피고인은 실형을 선고받을 처지에 있었습니다.

선고를 앞둔 시점에 피고인을 접견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자신이 처음부터 살았던 아파트이고, 아버지가 증여한 것이나 신용상문제로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하였으니 법정형에 벌금형이 있는 자기 소유의 일반건조물방화미수죄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습니다. 필자 역시 법리와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선고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변론요지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재판부에서 위 주장을 숙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고 변론재개결정을 하였고, 피고인의 아버지까지 법정에서 증언한 끝에 피고인은 자기소유 일반건조물방화미수죄로 의율(죄의 경중에 따라 법을 적용함)되어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피고인은 필자가 접견을 갈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은 사소한 판단 잘못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여기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있길 바라지만, 자신이 지금 의지할 사람은 변호사밖에 없다고….

필자는 처음부터 피고인에게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결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고인 역시 필자가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실 거라 믿습니다.

필자는 이제 그분이 제게 약속한 것을 지켜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아프게 했던 모든 서운함, 미움, 배신감 이런 것들을 접어두고 새로운 출발을 하시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피고인과 필자가 받은 판결이 ‘확정’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강성두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