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이 발전하여 각종 암 5년 생존율이 60∼70%를 상회하는 정도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대 의료의 특성상 진단, 검사, 수술, 약품 등의 처방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합병증 또는 부작용으로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한 의료인과 환자들 사이에 많은 오해와 갈등으로 환자 진료에 많은 저해 요소가 됐다. 일부 중증 환자는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생겼다.

20여 년 전부터 우리 의료계에서는 불가피하게 생기는 의료사고나 의료인의 과실로 인한 의료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법률이 의료인에게 큰 특혜를 주고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해결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의 내용에는 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고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로 필요에 따라 법원에 직접 소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분만 의료사고에 있어서 불가학력적인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상에 대해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게 하는 등 의료인과 피해자에게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낸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환영하는 바이다.

그동안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 지나친 책임을 물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피해 가족들의 한계를 넘는 요구 등으로 인해 우리 의료인들은 중환자와 응급환자의 진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법안의 통과를 기점으로 우리 의료인도 더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진료 환경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 피해를 받은 환자나 가족들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끝없는 소송으로 인하여 많은 시간과 금전적, 정신적인 피해가 줄어들기 바라는 바이다.

우리 의료인들도 법안 통과를 계기로 직업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양하고 환자의 생명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들도 의료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며 진료에 총력을 다하는 의료인들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방어적 진료에 치우쳐지면서 중환자와 응급 환자를 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법원에서도 의사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입장이어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도 낭비적으로 해야 하는 등 의료 자원의 낭비가 심해졌다. 의대생들도 소위 3D과라는 힘들고 의료사고가 많은 외과계열에 지원하지 않는 등 앞으로 10∼20년 후를 책임질 의료인이 양성되지 않아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지난번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총상과 치료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의료는 세계적 수준에 와 있으면서도 직접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외과 전문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 여건이 너무도 낙후되어 있다.

중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병원이 적자상태로 들어가는 잘못된 의료체계 및 의료보험제도야 말로 전향적으로 개선시켜 환자들도 마음 놓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번 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보듯 앞으로도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다면 국가와 사회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법안 통과에 이해와 협조를 아끼지 않은 국민, 국회, 정부, 언론, 법률관계자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우리 의료인들도 국민의 질병과 생명을 지키는데 더욱더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다.

〈허정 에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