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도 즐거움도 영원하지 않음을 봅니다. 고통도 집착하면 더 큰 고통을 수반하고 즐거움도 집착하면 그 속에 고통의 싹이 움터 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입니다.

그저 턱 하니 바라볼 일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지요. 그래서 수행이나 기도 정진이 필요합니다.

고락을 벗어나는 길, 그 어디에도 걸림 없는 참 자유의 길, 우리가 당당히 가야할 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집착에서 벗어나고 나를 짓누르는 윤회의 사슬을 끊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리의 길입니다. 진리의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모든 억압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무등산엔 산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찌나 멋있게 군데군데 피어있던지 한참을 지켜보았습니다. 산벚꽃나무 한그루는 미미한 숲 속의 한그루 나무에 불과하지만 숲 속에 묻혀있어도 자기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누가 알아주라고 뽐내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햇볕이 들면 햇볕을 받아들이고 밤이 되면 어둠 속에 묻히며 한겨울 영하 속에서도 생명의 순환을 거듭하며 이렇게 찬란함을 드러냅니다.

물론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생존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처럼 원망하는 마음을 내거나 분노의 싹을 틔우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무가 우리 인간보다 더 행복해 보입니다. 탐욕이 없으니, 성냄이 없으니, 어리석음이 없으니….

무등산 증심사 마당에는 생명, 평화, 나눔, 통일, 행복의 등을 밝혔습니다.

모든 이웃들의 삶이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고 평화를 염원하며, 이웃과 더불어 나눔을 실천하고 분단의 사슬을 끊어 통일을 향해가며 늘 행복한 삶이 되기를 발원하는 연등들.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등이 아니라 모든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자비의 연등을 밝히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나브로 초파일이 다가옵니다. 사월 초파일은 붓다가 이 땅에 오신 그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자신과 이웃과 세상이 인드라망이라는 연기적 구슬망 속에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것을 깊이 느끼고 깨닫고, 이런 연기적인 삶을 실천해 가는 길, 우리 모두는 이런 길들을 당당하게 걸어야 합니다.

/지장 무등산 증심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