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침략국으로 전 세계인과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 그러나 전후에 양국의 그 죄행에 대한 태도와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독일은 그 죄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하고 배상에 충실했고, 또 이 부끄러운 역사의 한 부분을 교과서에 사실대로 실어서 후대를 교육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 반대다. 전후 60년이 넘은 지금도 자기들이 저지른 죄행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침략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침략전쟁의 죄악을 부정하는 소수 정계 요인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잘못된 전쟁관과 역사관이 일본 청소년들에게 주입되고 있다.

독일은 전후의 초대 수상 콘라드 아데나워부터 현재의 앙겔라 메르켈 수상까지 역대의 수상들이 일관되게 전쟁의 죄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나치의 만행은 독일의 수치라고 인정했다. 나치 독일이 유태인에 행한 죄행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유태민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독일 역대 정부의 중요한 외교 방침 중의 하나였다. 1970년대 초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방문 시 비가 오는 가운데 바르샤바 유태인전쟁희생자기념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체투지하면서 사죄함으로 국제사회에 독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은 더 이상 위험한 전범국가가 아니고, 전쟁을 반성하고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배상하는 독일이며,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각오하는 변모한 독일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본은 전후 역대 정부가 그 침략 전쟁에 대해 시종 부인하고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전후 국제관계의 변화에 따른 미국의 점령정책의 변화에 따라 A급 전범 극소수만이 처벌되고 천황을 비롯한 A급 전범들이 모두 살아남은 일본은 전후 얼마 되지 않아 철의 삼각으로 불리는 정계, 재계, 군에 모두 복귀함으로써 전쟁전과 다를 바 없이 되었다. 따라서 전후 얼마 되지 않은 1940년대 말 ‘조선 경제의 발전은 일본이 지도한 결과’라는 스즈키 망언으로부터 1995년 ‘한일합방조약은 원만히 체결된 것으로 무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와타나베 망언에 이어, 2008년 ‘일본의 조선과 만주의 침략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침략이 아니다’는 다모가미의 망언까지 최근에도 일본 정계 요인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1978년 도조 히데끼 등 A급 전범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 옮겨진 이후 거의 매년 내각의 각료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줄지어 참배함으로써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21세기는 흔히 ‘아시아 태평양시대’라고 부른다. 일본이 어떤 면모로 21세기를 갈 것인가, 즉 평화의 길을 가는가 아니면 다시 군국주의로 가는가는 일찍이 너무 많은 피해를 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는 모두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를 정시(正視)하는 것이 한일 양국 관계의 우호적인 발전의 기초다. 한국민은 일관되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과거 불행했던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로 또다시 한국인의 감정이 끓고 있다. 역사가 교과서다. 일본은 역사를 거울로 삼아 한일 양국이 서로 협력하는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기를 바란다.

/김병인 서강정보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