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에 열이 달아오르면서 목 뒷덜미, 등까지 땀이 났다가 땀이 식으면 다시 오한이 생기기를 하루 수차례 반복한다. 밤에도 더워서 창문을 다 열고 자거나 혼자 거실에 나와서 자는 일이 많아졌다. 갑자기 우울해지고 인생이 허무해지면서 눈물이 난다. 아무 일도 아닌데 짜증이 늘었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여성 갱년기 장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여성이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이 되면 난소의 기능이 점차 떨어지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의 양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월경이 빨라지거나 또는 늦어지는 등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월경량의 변화가 생기면서 점차 폐경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적인 폐경 연령은 약 49세 정도이다. 그러나 폐경 시기는 개인에 따라 일정치 않고 사회 문화적인 영향과 영양 및 의료 서비스의 개선으로 점차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노년기로 가는 과도기, 즉 폐경 전후 약 10년 정도를 갱년기라고 부르는데 이 기간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크게 감소하면서 내분비학적,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들이 나타난다. 폐경은 모든 여성에게 나타나지만 증상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어떤 여성은 폐경으로 생리통과 자궁근종 등의 질병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여성들은 폐경으로 중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전신에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악순환의 늪에 빠진 듯한 느낌을 호소한다.

갱년기가 되면 일반적으로 자궁, 난소, 신장 등의 비뇨생식 기능이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화기(火氣)가 위로 오르면서 상열하한(上熱下寒)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상열(上熱)로 인한 증상은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및 답답함, 상열감, 야간 발한, 불안초조, 우울감 등이고 하한(下寒) 증상은 요통, 무릎 통증과 시림, 질위축으로 인한 성교통, 요실금, 소변이 시원치 못한 증상 등이 있다. 폐경이 오면 또한 흔히 겪는 질환이 골다공증이다.

이러한 갱년기 증상은 개인별로 강도의 차이가 다양하다. 갱년기에도 전체 여성 중 25%는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않고, 50% 정도는 가벼운 증세를 느끼며, 나머지 25% 정도는 심각한 증세를 경험하게 된다. 기간은 짧으면 수개월 길면 7∼10년에 걸쳐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폐경은 시작되는 이행기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와 다르게 갑작스런 불면증, 우울감과 건망증, 요실금 등이 심해진다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인 갱년기 증후군 치료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몸의 기혈 순환을 돕는 침 치료와 자궁난소 계통을 강화시키는 뜸 치료를 병행하거나 한약액을 정제해 피하에 투입하는 약침을 사용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예방 또한 중요하다. 폐경 이후에는 갑상선 기능이 저하돼 비만을 초래하기 쉬우므로 소식하는 습관을 가져서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우유나 멸치 같은 잔뼈생선을 통해 칼슘을 섭취하고 매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설탕, 술, 담배, 카페인, 이뇨제, 갑상선호르몬 등은 골 손실을 유발하므로 이들의 섭취를 억제하는 것이 좋다.

〈나원민 첨단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