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성자라고 알려진 슈바이처 박사가 어느 날 문명사회인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아프리카 원주민인 토인들에게 들려주자 식인종 중 한 노인이 진지하게 듣다가 “한 열명 정도 죽이는 겁니까?” 하고 질문했다.

슈바이처가 대답하기를 “아니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죽이지요”하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노인은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백인들은 죽은 사람은 먹지도 않으면서 왜 아깝게 그런 짓을 하는지?” 하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젓고 못내 아쉬워했다.

슈바이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과연 누가 문명인이고, 미개인인지를 생각하며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헌신적 삶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슈바이처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수상지에 갈 때다. 많은 기자들이 기차를 타고 오는 그를 만나기 위해 특실과 일등실을 뒤지다가 찾지 못했다. 한 기자만이 혹시나 하고 냄새가 진동하는 삼등실을 훑어보고 막 돌아서는 순간, 한쪽 귀퉁이에서 신음소리와 웅성거림이 있어 다가가 보니 한 노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기자가 왜 당신은 특실이나 일등실에 있지않고 이곳에 있느냐고 묻자 슈바이처는 “그러한 곳은 내 손길이 필요치 않지만 이곳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는 일화다.

그러나 현대 고도의 문명사회는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대량화하고 무자비한 살인 무기를 개발해 대량학살이 자행하고 있다. 무인 전투기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문명국일수록 종교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또 모든 종교의 가르침엔 기본적으로 ‘살인과 살생’을 금하는 계율이 있을 뿐 아니라 자비와 사랑의 실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요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살인사건과 가축에 대한 무분별한 살상, 그리고 끊임없는 전쟁행위 등을 보면 우리 문명이 미개한 식인종보다 더 나은 게 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어떻게 보면 식인종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못된 짓을 하고 사는 것이 문명인이 아닌가?

식물인 나무는 다투지않고 살생·살인하지 않아도 몇 백년을 살고, 더구나 광물인 바위는 어떤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군소리 없이 몇 천년을 버티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인간다운 인간을 만나기 쉽지 않아 닮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어렵거든 누구나 접하기 용이한 자연 속에서나 식인종들과 동고동락하며 상생의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했던 밀림의 성자로 살았던 슈바이처의 모범을 닮아 보려 하는 것이 어떨까?

그 중 가장 모범생은 숲속에 떡 버티고 서있는 큰바위 성자님이 아닌가 싶다. 바위가 계곡의 물소리를 듣듯이 우리가 잠시라도 바위가 되어 인간의 탐욕의 소리를 듣게 되면 아비규환의 살상 소리는 잦아들게 될 것이다.

/김주영 원불교 장성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