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를 하면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탓일까? 이 때문인지 뒷날 다툼이 생겨 법정에 오게 되면 재판은 오로지 증인의 증언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명확하고 정확한 증언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상대방은 증인이 위증을 했다고 분개한다. 이 같은 상황이 사건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모든 증인이 고의로 위증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십수 년 전, 필자가 자동차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문제집을 풀던 때의 일이다. 여러 문제 중 자가용 자동차 번호판의 색깔을 묻는 하나의 문항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차례 자가용을 타고 내리는 필자는 자가용 번호판의 색깔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골몰히 생각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의 기억력에 관한 재미있는 심리실험내용이 있다. ‘선택적 관심 실험’(Selective Attention Test)이라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1999년 미국의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라는 실험이다.

검은 옷을 입은 3명과 흰 윗옷을 입은 3명 등 모두 6명이 3명씩 2팀으로 나눠 자기 팀끼리 공을 패스하는 비디오를 실험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몇 차례 패스를 했는지 세도록 했다.

정답은 16회였다. 경기자들이 공을 패스하는 잠깐 사이에 고릴라 모습의 한 사람이 무대 오른쪽에서 경기자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와 잠깐 멈춘 뒤 앞을 보고 가슴을 몇 번 두드리고는 반대방향으로 퇴장한다.

또 본래의 질문이 바뀌어 실험참가자들에게 ‘고릴라를 보았는지’(Did you spot the gorilla)를 물었다. 그 결과 이 비디오를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약 절반이 고릴라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일부러 하는 거짓증언이다. 최근 처 아저씨 등 6인의 중기회사 지입차주들이 지입중기 회사에 중기를 구입해주도록 의뢰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중기회사가 지입차주들로부터 받은 돈과 차량판매회사에 지급한 대금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처 아저씨 등의 의뢰를 받고 중기회사를 상대로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중기회사에서는 그 돈은 모두 지급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회사의 업무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거조사가 시행되던 날, 그 업무담당자는 한 뭉치의 파일을 들고 나와 선서하고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판사의 물음에 파일을 이리저리 들추면서 날짜까지 들어가면서 그 돈들은 다 갚았다고 증언하였다.

소송의 결과는 처 아저씨 일행의 완패였다. 처 아저씨 일행이 그대로 있을 리 없었다. 후에 전해들은 바로는 이들이 증인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회사에서는 승소하였음에도 지입차주 모두에게 차액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증인의 증언은 진실을 이야기해도 그 자체로 부정확한 것일 수밖에 없다. 부정확한 증인의 증언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부정확한 증언이 그럴진대 진실하지 못한 증언은 더 위험하다. 증인의 입에 의존하는 재판을 피해야 할 이유이다.

/오수원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