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자기 집 앞 흔들의자에 앉아 하느님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결심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꼬마가 굴러가는 공을 잡으러 왔다가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꼬마야, 나는 하느님을 찾고 있단다.”

꼬마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매일 흔들의자에 앉아서 하느님을 찾고 계신다고요?”

“그렇단다. 죽기 전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싶은데 아직 찾지 못했단다.”

“증거라고요? 할아버지, 하느님은요, 할아버지가 숨 쉴 때마다, 꽃의 향기를 맡을 때마다 증거를 주고 계세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실 때도, 아기들이 태어날 때도, 할아버지가 누군가를 가슴에 안고 사랑의 마음을 가질 때도,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계시다는 증거예요. 뿐만 아니라 하느님은 할아버지 마음 안에도 계세요.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만일 어떤 대단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래요. 왜냐하면, 가장 단순한 것을 보는 것이 하느님을 보는 것이고, 그 속에서 생명을 보는 것이 곧 하느님을 보는 것이래요.”

잠시 뒤 꼬마는 길을 건너가더니 길가에 핀 꽃향기를 맡고는 노인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하느님’을 ‘내가 가장 바라는 것’으로 바꿔보세요!)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5월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루하루 밤에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저기서 돋아나는 예쁜 꽃들뿐만 아니라, 집 앞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며 고추, 치커리, 감자와 고구마가 싹을 틔웁니다. 다 자라면 바늘만큼이나 따가운 침엽수의 잎사귀들도 연둣빛 어린 새싹은 부드럽기만 합니다. 이 연둣빛이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녹음으로 짙어지겠지요. 일정에 바쁜 시간을 보낼 때는 스쳐 지나가지만, 조금의 여유가 생길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풀꽃 하나까지도, 생명은 어쩌면 이렇게 신비로운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을 키워내는 땅은, 흙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5월은 계절의 여왕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물론 사는 형편에 따라서 같이 그리고 따로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우리가 생활하면서 너무나 익숙해서, 너무나 당연시 여겨 서로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쉬운 내 가족, 내 뿌리,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가장 좋은 계절에 두고 있습니다. 그 관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고 있을까요?

수많은 생명을 싹 틔우고 살아가게 하는 흙(대지)과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눈에 띄는 것들에만 정신이 팔려서, 높이 솟은 것들에만 마음을 두다가 발밑을, 가까운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어린 아이와 같은 단순한 마음, 길가에 핀 한 송이 꽃에도 마음 둘 여유만 있다면….

/서달원 천주교 소록도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