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0년간 당뇨를 앓아 온 50대 남자가 안과를 찾아왔다. 젊었을 때부터 눈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던 그는 최근 들어 유독 눈이 침침하다며 노안을 의심했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당뇨로 인한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으로 밝혀졌다.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 온 이 중년신사는 당뇨가 눈에 합병돼 시력이 떨어졌다는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환자들의 눈에 발생해 실명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당뇨로 인한 대표적인 눈의 합병증이다. 이 질환은 눈에 발생한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성인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위협적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뇨환자들이 이 질환에 대한 인식도는 낮은 편이다.

당뇨망막병증이 일어나는 원인은 바로 당뇨로 인한 혈액순환장애이다. 이때 눈의 망막에서는 더 많은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특정 신호를 보내 신생혈관을 만들어내는데, 이 혈관들은 비정상적인 혈관들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파손됨에 따라나오는 혈액이나 진물로 인해 망막조직이 부어 시력이 떨어지게 되고, 혈관 주변에 흉터처럼 생긴 섬유 조직으로 인해 망막박리나 황반 손상이 일어나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망막 상태가 손상되고 시력상실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작 환자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레이저 치료, 유리체절제술, 항체주사 요법으로 구분된다. 레이저 치료는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망막 조직을 레이저로 응고시키는 치료이다. 이 치료는 수술을 하지 않고 시행할 수 있고 시력손실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당뇨망막병증 초기에 주로 시행된다.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됐거나 혹은 레이저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출혈 및 망막박리가 일어날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법인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유리체란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색 투명한 젤리 모양의 조직을 말하는데 안구에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히도록 하는 안 매질이다. 유리체절제술은 당뇨로 인해 유리체가 혼탁돼 시력이 상실된 경우에 유리체의 혼탁을 제거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효과와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병증이 심한 환자들만 시행할 수 있으며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당뇨로 인한 시력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황반부종’인데, 최근에는 당뇨황반부종을 치료하는 데 있어 항체주사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 치료는 황반에 부종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요인인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라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안구의 유리체 내에 주사해 부종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특히 루센티스라는 약물은 올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 약물을 안구에 투여하면 혈관내피세포와 직접 결합해 황반부종을 개선함으로써 환자 시력을 회복시킨다. 또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다. 질환 발생 초기부터 적절히 관리하면 10명 중 8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광주 조선대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