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나뭇잎들이 가슴 시릴 정도로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입니다.

1980년 5월 21일, 31년 전 이날은 부처님 오신날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맞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소박한 염원은 계엄군의 잔악한 총탄에 스러지는 피의 오월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온몸으로 지켜내고자 충장로 금남로 거리 곳곳을 가득 메웠던 광주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한 날이 바로 5월 21일입니다. 참으로 끔찍하고 상상하기도 싫은 현실이 부처님 오신날에 이루어진 것이지요.

이미 하루 전날 저녁, 즉 음력 4월 7일 저녁에 계엄군의 첫 발포 이후 형제자매를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내려치고 총으로 쏴 죽이는 극악무도한 공수부대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사월초파일 충장로 금남로 거리에서 10만 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하여 전남도청에 도열해 있는 계엄군을 몰아내기 위해 온몸을 던져서 저항하였습니다.

분노한 시민들과 중무장한 계엄군 간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계엄군의 집단발포로 한순간에 깨지고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고 핏빛 낭자한 선혈이 금남로 거리를 물들였습니다. 전남도청 앞에 설치해 놓은 봉축탑은 짓이겨지고 길거리의 아름다운 연등도 광주시민들의 마음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하에서도 광주시민들은 공동체적 질서를 깨뜨리지 않고 오직 자유와 민주주의만을 지켜내고자 자신의 목숨마저도 역사의 재단 앞에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면서 죽어간 이들 중에 조선대 대학생으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도맡아 해온 김동수 열사도 27일 새벽 4시 반 계엄군의 총탄에 스러져 갔습니다. 김동수 열사는 불자로서 뭇 생명의 존귀함을 온몸으로 구현해 낸 자랑스런 보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절 증심사에 주석하셨던 몇몇 스님들도 광주시민들과 한마음이 되어 5월 광주의 고뇌와 아픔에 함께 동참한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랑스런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 아니 죽음으로써 참된 삶의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그 덕으로 우리는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기억합니다.

5월 광주엔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립니다. 이 비가 5월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는 비가 되고, 산자들의 부끄러움을 참회하는 비가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지장 무등산 증심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