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화려한 꽃이 금융업이라 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화려한 꽃 중의 꽃은 증권업과 보험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자본시장에선 이들 꽃을 잘 가꾸도록 지도하고 감독하는 고급관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그 사회의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면 감기처럼 유행하는 ‘사기’라는 것이 횡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돌연변이로 변종이 되어 해괴한 독감으로 변종이 되어서 ‘고등사기’나 ‘고상한 사기’로 돌변하고 만다. 이 경우 그 사회나 국가는 치명상을 입어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 되어서 일시에 매우 어려운 정황에 직면한다.

그래서 근원지를 찾아보니 정치계의 BBK 주가조작을 필두하여 금융가의 저축은행 비리와 보험사의 부실과 기업인들의 비자금 등의 고등사기 그리고 교육계의 등록금과 종교계의 선거비리와 세습화 또한 예산삭감투쟁 등의 ‘고상한 사기’라는 별종의 독감 근원지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는 고스란히 상층부에서 쉽게 아래로 전파되어 서민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의 바람막이로 전락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세상 난리다. 이의 핵심은 결국엔 말하기 거북스럽지만 ‘돈’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시야를 넓혀서 우리들의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투명하게 살펴보자. 그러나 이것은 단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안에서 정신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질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각자에게 더도 덜도 아닌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움이다. 삶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누구나 겪고 있는 개인적이고 틀림없이 하찮게 보이는 그런 사건들에서 우리는 돈에 관한 자신의 태도 이면에 놓인 진정한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게 되면 우리는 일상생활은 물론 사업,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의 모든 부문과 제도에서 탐욕, 자만, 위선, 명예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상식적 반응을 뛰어넘는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사기행각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한국이 낳은 비디오아트의 황제 백남준님이 1984년 6월 23일 35년 만에 고국 땅을 밟고 2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신화를 파는 것이 나의 예술’이라는 제하에서 “… 예술은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다”라는 대목과 더불어 “대중을 어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라는 구절이 색다른 감흥을 주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참 순수한 자유인이라 생각하며 인간다운 범상한 예술인으로 각인되었다.

고등사기나 고상한 사기는 어떻게 보면 보통사람은 엄두도 못할 지능적인 범죄로써 매우 파장이 큰 사건이다. 그러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반 대중보다 남다른 지능을 소지한 공직사회의 지도층과 더불어 신성한 종교계의 지도급들이 시류에 편승하여 오히려 서민대중의 우려를 자아내는 일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써 시급히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일이다.

언필칭 지도자는 조력자가 될지언정 방해자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으로 지금 이곳에 나타나길 백성이 주시하고 있음을 자각하자.

/김주영 원불교 장성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