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 경직되고 피곤하며 모두 여유가 없다. 너무 속도가 빠르고 한 번에 끝장을 보려는 한탕주의가 마치 도박을 하듯 무리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심어야 거둘 수 있고 베풀어야 돌아온다. 뉴스를 통해 오늘의 사건사고를 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과 기상천외한 사건이 많다.

대낮에 남의 집 대문을 뜯어가 버리지 않는가. 해고에 앙심을 품고 한 회사차에 9번 펑크를 내며, 고압선 동선을 절취해 팔아먹고 가드레일을 뜯어다 고물로 팔아넘겼다고 한다.

최근에는 교회만 다니며 귀중한 성물들을 훔쳐 팔다 잡혔다. 예배당 안에까지 들어와 도둑질을 하는 세상이니 아무래도 말세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때 우리는 이런 일을 어떻게 이해하며 이런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성경에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데 두 가지 짐승을 주시면서 하나는 뱀같이 지혜롭고 또 하나는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고 했다. 지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식보다는 창조주 하나님의 의도를 이해하라는 것이다. 피조물인 인간들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지만 조물주 하나님에겐 항상 현재다. 스스로 계신 분이요, 처음과 나중이며 시작과 끝이시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는 그분의 의도와 뜻대로 다스리신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계획 속에 운영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아시고 안 계신 곳이 없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무한 영원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는 말은 악한 세상에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라는 것이요, 불순물과 섞이지 말고 불의와 타협하지 말며 올곧고 정의롭게 살라는 말이다. 이 시대는 혼합의 시대다. 사이다 콜라도 섞어 마신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외모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분간이 매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순결하고 진실하면 더디고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 같아도 결국은 승리자가 된다. 악하고 애매모호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현재 내가 누구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거기에 합당하게 사는 것이다.

나에게 맞추라고 하지 말고 내가 맞추어 살면 된다. 또 너무 티 내지 말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버리고 나와 방법이 달라도 느긋하게 ‘아! 저런 방법도 있구나’하고 상대의 인격과 실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거기에다 조금 온유하면 금상첨화다. 너무 까다롭다는 인식을 버리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꼭 오늘 내가 아니라도 그것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이뤄진다.

하나 더 너그럽게 용납하고 용서하자. 용서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을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자.

또 하나 할 수만 있으면 하나가 되는데 일조를 하자. 깨지고 편을 가르고 당을 짓고 담을 쌓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내가 손해를 보고 위신이 깎이고 체면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해도 포용하자.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꾀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며 나도 살아남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원재 광주무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