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고온다습한 날씨는 육신의 건강에 영향을 많이 주기에 몸과 음식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날씨는 마음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쾌청한 날씨에는 우리의 마음도 상쾌하지만, 요즘처럼 장마철에는 마음도 덩달아 괜히 짜증을 부리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기에 여름철 일기예보에 단골메뉴로 불쾌지수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가.

여름철에는 사람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겨울철에는 기운이 차분해지는 것도 천지의 날씨가 우리 인간의 마음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날씨는 우리의 마음 작용에 영향을 주면서 또한 닮은 점이 더러 있다. 날씨가 변덕을 많이 부리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쉽듯이 마음 씀씀이가 변덕스러우면 본인의 삶이 괴롭고 힘들다.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태풍도 적도 부근에서 한 씨앗이 생겨 점점 커져서 생긴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도 처음 한 생각이 발할 때 어떤가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그러기에 원불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느냐고 묻는다면 마음 작용하는 법(용심법)을 가르친다고 대답하라고 원불교 교조이신 대종사님께서 가르쳐주셨다. 모든 법의 조종이 되는 용심법(用心法)을 부지런히 배워서 천만 경계에 항상 자리이탈로 모든 것을 선용하는 마음의 조종사가 되라고 가르친다.

또한 날씨의 변화가 묘하듯이 우리의 마음작용도 묘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등 날씨의 변동은 변화무상하다. 마음도 늘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일어나는 한 마음이 중요하니 좋은 생각을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공부를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라고 한다.

이런 법문이 있다. “한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한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되나니라.” 아무리 큰 난리도 그 근본은 마음 난리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다.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되나니, 그러므로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들어서 내 얼굴도 만들고 내 인생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중국 문학가 장쯔안의 “즐거움을 연출하라”는 시에 보면 “당신은 날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기분은 바꿀 수 있다. 당신은 외모를 바꿀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연출할 수는 있다. 당신은 항상 승리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즐거움은 원래 이렇게 단순하다.”

그렇다. 참으로 단순하고 쉽다. 행복, 즐거움, 기쁨 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잘 알고 있다. 물론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긴 해도 내 마음이니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천지와 우리는 한 기운으로 연하여 있기 때문에 건강과 마음 작용이 날씨에 영향을 받지만, 독자 여러분들은 장마철에도 건강하고 마음을 잘 작용하여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염원한다.



〈박덕규 원불교 서광주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