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를 맞으며 바닷길을 걷는 것도 상당한 운치가 있다. 수증기를 가득 품은 안개와 구름이 섬 사이를 조용히 휘감아 도는 모습이 장관이다. 먹이를 찾아 낮게 비행하는 제비떼들의 반김도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한반도에서 청정 갯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무안에는 갯길이라는 독특한 문화생태 탐방로가 있다. 탄도만 갯길과 함해만 갯길 2곳이다. 이중 탄도만 갯길은 행정안전부가 ‘찾아가고 싶은 명품 녹색 길 33선’으로 선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탄도만 갯길은 현경면 물암바위에서 탄도만 갯벌을 따라 망운면 송현리 원송현 마을까지에 이르는 18.5km의 해안길이다. 중간 중간 길이 끊겨 물 빠진 바닷길을 에둘러 걸어야 하지만, 바다 풍경은 더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변을 따라가는 탄도만 갯길은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방조제 길, 모래사장 길, 소나무길, 갯바위 길이 어우러져 걷는 맛이 일품이다.

썰물 때면 육지와 무인도로 연결되는 노두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두길은 서해안 간만의 차로 인해 물때에 맞춰 섬 또는 어장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든 바다전용 길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물암바위에서 시작한 이 길은 대부분 갯벌과 해변을 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홀통유원지는 바다로 솟아나온 조그만 반도에 유치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유원지로 들어가는 길 이외에는 삼면이 바다다. 바다 건너로는 신안군 지도읍이, 바다 양쪽으로는 해제면과 망운면이다. 이곳은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해수욕장으로 적격인 곳이다.

망운면 장재리 장재 선착장에서 바라본 오강섬. 물이 빠지면 노두길을 통해 섬까지 갈 수 있다. 노두길이 밀물에 잠겨 길 일부만이 보이고 있다.

홀통유원지를 빠져나오면 바닷가로 자리한 조용한 어촌마을들이 이어진다. 오류마을과 외덕·내덕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마다 소나무 숲이 해변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해풍을 막아주고 있다.

오류마을을 지나 바닷가 길에서 두모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도 지정기념물 제148호로 지정된 망운면 곰솔 나무를 볼 수 있다. 3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2그루의 곰솔 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높이가 18m, 둘레가 4.2m나 되는 노송이다. 다시 바닷가 길로 접어들면 외덕마을이다. 평범한 어촌 마을 바다 위에는 작은 낙지잡이 어선들이 삼삼오오 모여 줄을 지어 서 있다. 길은 외덕마을 앞 해변에서 잠시 끊긴다. 물이 빠지면 해변을 이용해 더 나아갈 수 있지만, 물이 찰 때면 마을을 돌아 가야 한다. 마을 한쪽에서는 국도 77호선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방조제 길이 시원스럽게 쭉 뻗어있다. 썰물 때는 방조제 옆으로 폭은 좁지만 모래사장 길도 해변을 따라 길게 드러내고 있다. 방조제 길과 모래사장을 오가며 걷는 재미가 있다. 방조제 길을 걷다 보면 장재 선착장과 육지에서 500여m 거리 앞바다에 오강섬이 보인다. 섬 모양이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오강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섬까지는 노두길이 나 있어 썰물 때면 차량도 다닐 수 있다. 장재 선착장은 인근 마을의 포구역할을 하고 있다. 하역장도 갖춰져 있다. 방조제 길 중간에는 송림이 우거진 솔마루 해변길이 있다. 낙지모양의 대형 정자가 있어 낙지공원이라고 한다. 이곳은 길손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비도 피하고 뜨거운 뙤약볕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길 1km 구간 정도는 방조제 길처럼 시멘트가 아닌 자연 그대로 살려둬 걷는 것이 한 층 편하다.

무안 갯길은 조금나루와 원송현 마을에서 끝난다. 조금나루 입구에는 뻘낙지 전문점들이 눈에 띈다. 탄도만 갯벌에서 채취한 싱싱한 뻘낙지 맛을 볼 수 있다. 탄도만 갯벌은 낙지뿐 아니라 바지락, 게, 주꾸미, 감태, 굴, 고막 등이 풍부하다. 이곳 주민들은 갯벌에서 싱싱한 해물을 채취해 자식을 키웠고, 넉넉한 삶을 이루고 있다.

조금나루는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섬이다. 원송현 마을과 방조제로 연결된 이 곳은 4km가 넘는 긴 백사장에 울창한 송림까지 갖춘 천혜의 해수욕장이다. 원래는 조금에 한번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었으나, 1996년 진입로가 개설돼 여름 피서철 꽤 인기 있는 유원지로 손꼽히고 있다. 바닷가를 끼고 도는 둘레길도 있다. 울창한 송림 곳곳에는 정자 등 휴식공간이 마련돼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비가 오는 장마철이어도 일부 정자에는 이미 이른 피서객들에게 점령돼 있었다. 조금나루 건너편 서쪽에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탄도’(炭島)가 한눈에 들어온다. 탄도만의 중심 섬이다. 30여 가구 67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조금나루는 탄도만 위로 저무는 서해바다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조금나루를 돌아나오면 송현리 원송리 마을이다. 낙지통발 등 어구들이 가지런히 마을 입구에 놓인 것이 곧 출항이 있을 듯하다. 탄도만 갯길은 걷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염되지 않은 갯벌의 무한한 생명력을 체험할 수 있고,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민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서부취재본부=김민준기자 ju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