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교육은 다만 똑똑한 악마를 만들 뿐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종교는 우리에게 ‘왜 사느냐?’에 대한 삶의 본질을 일깨워 줍니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돈을 벌고 권세를 누리려 드는 사람은 마치 목적지도 모르면서 차만 타려고 허둥대는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현대를 ‘방법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그만큼 본질을 망각한 시대입니다. 수단과 방법에만 정신을 팔다 보니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것입니다.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잘 팔리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팔면 얼마의 이익이 남는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 물건을 만들며 왜 이익을 추구해야 되며, 그렇게 해서 번 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별로 교육받은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종교 없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현대는 성자가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자가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다 죽는 것이지만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날의 욕망에 끌려 살아가는 것이 바로 암흑의 대양에 떠 있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물질을 추구하다가 영혼을 상실하고 오늘을 쫓다가 먼 미래를 저당 잡혀 버린 현대인들입니다.

유명한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두 종류의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소유의 양식이요, 또 하나는 존재의 양식이다. 소유의 양식이란 물질을 얻고 권세를 얻고 명예를 얻고 얻으려하다가 아무것도 못 얻고 죽는 것이다. 존재의 양식은 의미를 생각하고 목적을 생각하고 사명에 사는 것이다. 무엇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명에 충실했느냐”라고 말입니다.

인생의 가치는 그 인생이 지닌 목적에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행복은 그 인생이 세운 가치관에 있습니다. 사람의 사람됨은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추구한 만큼 인생은 의미가 있습니다. 세속적인 욕망만 바라본다면 허무한 삶이요, 거룩한 것을 생각하면 고상한 삶이요, 순간적인 가치를 생각하고 살면 쾌락적인 삶이요, 영원한 가치를 생각하고 살면 그 사람은 영원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사람이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분명 단 한 번 가는 세상(one way trip)을 살고 있는 이 중요한 의미를 알고 자신의 사명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의 우화에 보면 어떤 사람이 들에 나갔다가 사자에게 쫓겨서 도망치게 됩니다. 도망치다가 실족해서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그 순간 정신을 차리고 절벽에 널려 있는 덩굴을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구사일생으로 추락사는 면했지만 위에는 사자가 으르렁대고 있습니다. 내려다보니 밑에는 무서운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덩굴을 잡은 손에서는 점점 더 힘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달콤한 냄새가 나기에 보았더니 마침 절벽에 꿀벌이 집을 지어놓아 꿀이 졸졸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꿀을 한 손으로 찍어서 입에다 대보니 꿀맛이 괜찮았습니다. 또 이상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았더니 덩굴 위에서 검은 쥐와 흰 쥐가 돌아가며 덩굴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해놓고 ‘이것이 인생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살면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할 뿐입니다.

〈김재영 광주성안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