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지적장애인복지증진대회가 며칠 전 남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지적장애인자기권리주장대회 지역예선과 지적장애인 작품전시회도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 함께 실시되었다.

자기주장권리대회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체계(부모, 가족, 교사, 전문가, 단체 실무자 등)를 통해 지적장애인 스스로 사회의 동등한 주체로써 자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행사이다.

20명의 남·여 지적장애인 참가자들은 자신의 꿈과 비전을 무대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피아노연주, 댄스, 노래부르기 등)과 함께 선보였다.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상쾌해져서 나는 가수다에 도전장을 낸 지적장애여성 L양, 볼링선수가 되기 위해 체중도 조절하고 지구력, 순발력, 유연성도 키우겠다고 다부진 꿈을 발표하는 O군,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 상을 많이 받은 경험을 자랑하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진 멋진 J군, 돈을 벌어 아픈사람과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싶다던 N군, 화재로 위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관을 꿈꾸는 C군,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K양, 사회복지사의 꿈을 향해 직업재활 현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O군 등.

참가자들이 바라는 소중한 꿈과 희망들을 보며 꼭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50만 명이 넘는다. 1990년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시행된 이후 장애인 고용률은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 하지만 장애인 실업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 높고, 중증장애인은 그보다 더 높다. 직업능력이 있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용안정화가 되어 있지만, 장애유형별, 장애 정도에 따라 고용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사례 1〉 P(48·지적장애 3급)씨는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일터를 연계해보지만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P씨는 돈을 모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어려서부터 시골농장일과 벽돌공장에서 육체적 노동을 오랫동안 해서인지 이제는 몸이 자꾸 아파서 힘든 일은 할 수 없는 상태다.

〈사례 2〉 C(25·지적장애 3급)씨는 컴퓨터사용과 문서작성작업, 엑셀, PPT 등을 능숙하게 잘 다룬다. 장애인단체에서 1년 계약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서제공 목적으로 워드입력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지금은 보호작업장에 다니고 있으며 한 달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은 10만원 정도다. 버스비와 점심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 놀지 않고 그나마 다닐 수 있는 일자리라도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단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재능과 욕구는 무시한 채 3D업종과 단순생산직, 제과제빵 등의 제한된 직업훈련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조건, 열악한 근로현장을 강요받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는 인간성과 능력의 장애가 아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적합한 일터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며, 국가가 할 일이다.

원하고 바라는 직업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참여로 사회연대의식을 느끼게 함으로써 삶의 보람과 행복을 누리도록 우리 모두 함께 관심을 모으고 노력을 해야 한다.

〈서미정 (사)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