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친구나 지인에게 가장 자주 하는 빈말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이다. 이를 ‘한국의 풀리지 않은 10대 미스터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언제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유머도 등장했다. 한국인의 ‘언제 밥 한번 먹자’의 ‘언제’가 정확히 언제인지 한 재야 연구가가 오랜 노력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그 연구가는 연구결과를 언제 한번 밝히겠다고 전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과 밥을 함께 먹으면 친해진다는 속설도 있다. 함께 먹고 마시는 가운데 주고 받는 대화들이 서로의 심중을 이해하게 하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동료나 회사를 뜻하는 company의 어원은 com(함께) 과 panis(빵)로 ‘빵을 함께 나눈 사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 ‘한솥밥을 먹다’나 식구가 가족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이나 물건이나 이야기에 특별한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결정을 좀 더 빠르고 충동적으로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식사가 중요한 교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데는 식사자리만큼 효과적인 자리가 없다. 유전자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무라카미 카즈오에 따르면, 술과 음식을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교류, 가까운 사람들과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Eat & Drink’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그 자신이 이런 자리에서 새로운 발견의 계기를 얻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혁신은 주로 사람들 간의 만남, 그것도 서로 다른 영역과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토머스 스타이츠 박사는 “노벨상을 받은 비결은 커피 브레이크”라고 말해 세간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영국에서 연구 활동을 한 그는 “이 나라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는 식사를 하고 차까지 마시면서 언제 연구를 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자들과 차를 마시면서 의견을 나누고 어떤 실험을 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Eat & Drink 커뮤니케이션의 훌륭한 사례이다.

함께하는 밥 한 끼, 술 한 잔이 때로는 이렇게 큰 역할을 한다.

흔히 하는 말로 “성공한 사람은 절대 혼자 밥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식사 시간을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을 잘 지켜야겠다.

〈이병우 보해양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