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던 ‘정신과’ 명칭이 ‘정신건강의학과’로 변경됐다.

지난 4월 22일에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 가운데 ‘정신과’ 라는 과명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변경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질환의 치료율은 11.4%에 불과하며, 정신과가 갖고 있는 그릇된 인식과 편견 때문에 치료를 꺼려한다”면서 “정신과 명칭을 보다 긍정적이고 국민들에게 친근한 명칭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로 변경해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밝혔다.

한편, 5월 31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정신건강재단이 MOU를 체결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향상을 위한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실효적으로 증진시키기로 하였다.

업무협약서의 주요내용을 보면 정신장애인 보험가입 등 진정사건 관련 정신장애에 관한 자문,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의 발굴과 연구, 정신장애인 차별·편견 해소를 위한 교육 및 홍보, 정신장애인 인권에 관한 자료와 정보교환, 기타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의 상호 협력 등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이고,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배경에는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냉대가 도사리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정신과 의사들이 나서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할 1차적 방안으로 과명 변경을 강력히 주장했을까? ‘정신과’라는 명칭은 어의상 정확한 표현이지만 ‘정신’이라는 단어만이 부각되면서, ‘제정신이 아닌’ ‘정신이 나간’ 등과 같은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지는 경향이 강했다. 치료 측면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과명만 바꾼다고 해서 편견이 일시에 해소되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 그리고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 정신과 환자에 대한 법적, 제도적 불이익 등을 끊임없이 개선해 가지 않고는 부정적 이미지 개선은 요원한 일이다.

아직까지도 자살 기도자의 치료는 정신과 진료기록이 없이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일반 생명보험 등 보험가입도 정신과 치료병력이 있으면 제한되는 현실에서 누가 정신과 치료를 떳떳하게 받겠는가.

지금도 정신과 병원을 찾아오면서 혹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두리번거리고 진료기록이 외부에 노출될까봐서 노심초사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신건강문제가 일반 신체질환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정신건강을 위한 노력이 일반화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속히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남 광주시의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