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우리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동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이 친근하면서도 무섭고 또한 신비롭고 권능을 마음대로 부리는 동물이다. 그러기에 임금을 용과 같은 존재로 부각시키기 위하여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이라 하고, 입는 옷은 용포라 하는 등 최고의 지위에 있는 인물을 용에 비유하고 있다.

예로부터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여러 여건이나 환경이 열악하여 큰 인물이 나기가 어려워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태어난 사람이 크게 성공하게 되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데 용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는 속담이라 하겠다.

원불교에는 용과 관련된 ‘어변성룡’이란 말이 있다. 어변성룡이란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뜻으로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의 언행록인 대종경 전망품에 실린 법문이다. 고기는 가난하고 힘없어 일제치하의 조선을 지칭하는데 이 고기가 앞으로 점진적으로 성장 발전하여 용이 되듯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말이 나온 시기는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절이다. 원불교의 교조인 박중빈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의 용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얼마 전에 평창이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는 반갑고도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때 나는 이 말씀을 떠올린 것이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직접 보면서도 이 말씀을 생각하였는데 24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정말로 어변성룡이 실감이 난다. 우리나라가 점점 여러 국가들 중에 용이 되어가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게 되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초반에는 아프리카의 가나와 국민소득이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2005년 발표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만든 경제보고서에 세계 170개국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 중에 세계 229개국 중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면 경제, 국방, 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한 둘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물고기가 용이 되듯 반도의 작은 나라가 점진적으로 큰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신통을 부릴 수 있는 진정한 용이 되려면 용에게 여의주가 필요하듯, 한 국가도 진정한 강대국이 되고자 한다면 여의주가 필요하다. 어떤 여의주가 필요한 것일까? 소득이 높아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하여 진정한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제국을 형성한 여러 나라들이 사라진 경우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여의주는 다름 아닌 대다수 국민이 훌륭한 도덕의 품성을 지니고, 정신적인 면에서 지도할 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이 되고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대가족제도와 효정신에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며, 다종교 국가이지만 어떤 국가보다 분쟁과 갈등이 없음을 보고 신기해하기까지 한다. 사실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일찍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그러한 토양을 마련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홍익정신에 근본하여 불교의 자비와 유교의 인(仁)과 효 정신이 맥맥히 전해져 우리의 정신세계 속에 살아 있고, 근세 들어서는 기독교의 정신까지 가미되어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는 다른 어떤 민족보다 폭 넓고 풍부하며 깊고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에 너무나 빠져드는 경향이 짙다. 소위 황금에 집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질이 너무 풍족하면 물질의 노예가 되어 정신이 피폐해지고 타락하기 쉽다. 이제는 우리의 관심과 시선을 도덕세계와 정신세계에 돌리자.

〈박덕규 원불교 서광주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