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설립허용 여부를 두고 우리 사회가 10년 가까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제주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률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의료특구를 지정해 영리병원을 설립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영리병원과 관련해 외국의사의 비율, 국내 미사용 의약품 사용 등의 특례를 담고 있다.

영리 병원은 돈을 버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 병원이고, 비영리 병원은 돈을 버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병원인가? 영리병원이라는 표현보다는 투자개방형 병원이라 하는 것이 논의의 본질에 적합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영리병원 찬성 측은 산업적인 면을 고려할 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반대 측은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리병원 논쟁의 본질은 의사와 비영리법인(학교법인,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규제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느냐다. 현재 모든 동네의원은 개인사업자이다. 세법상 동네 마트와 별 차이가 없다. 2009년 현재 전체 병상의 38% 정도를 개인 병원이 갖고 있다. 개인병원의 경우 의사 개인이 소유하고 있고 이익도 모두 가져가고, 매각 상속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비영리법인인 대학병원(학교법인), 삼성의료원(공익법인), 서울아산병원(사회복지법인)도 병원을 할 수 있으나 이들은 돈을 벌어도 병원 밖으로 가져나가거나 나눌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사업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영리법인은 각자의 설립목적에 맞추어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업을 통한 영리추구는 개인병원 의사에게만 허용되어 있는 셈이다. 의사에게 주어진 특혜다. 현행 의료법이 제한하고 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의원을 운영할 경우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해 의료서비스가 왜곡될 것이라고 걱정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의사에게만 병의원 개설권과 의료행위 독점권을 허용할 때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논의는 의료기관 개설권의 독점적 특혜를 의사에게만 계속 줄지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의사에게 의료행위의 독점권을 준 이유는 돌팔이 의료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개설권까지 독점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지나친 의사 보호이자 규제이다.

사회환경 및 의료환경의 변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등으로 인한 의료비 급증을 보험료를 올리거나 의료수가를 통제하면서 보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게 현재 의료정책의 핵심내용이다. 이대로 가면 병의원은 도산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외부 자본이 의료업에 들어 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한국 의료는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의료의 공적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필요하다. 의사와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병의원이 공공의료사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세제혜택과 지원을 강화하고 공적기능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를 다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의 공적인 부분을 해칠 것이라는 지나친 비판이나, 의료산업이 한 순간에 발전할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개설의 독점권 규제완화가 논의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의료기관 간의 정당한 경쟁을 통해 전체적인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

〈심상돈 동아병원장〉